▲ 두산 베어스 김인태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두산에서 주전이 돼야 조금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올봄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27)의 목표는 대타 1순위, 그리고 4번째 외야수였다. 김재환(33)-정수빈(31)-박건우(31) 등 국가대표급 외야진이 버티고 있는 두산에서 나름대로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주전 경쟁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언젠가 주전 외야수로 불리는 날이 오면, 그때도 꼭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겠노라고 늘 다짐했다. 

김인태는 당시 "기회를 받기 싫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두산에서 더 잘해야 10개 구단에서도 제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서 주전이 안 됐는데, 다른 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두산에서 주전이 돼야 조금 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김인태는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타격에 재능이 있는 소년이었다. 류중일 전 LG 트윈스 감독이 증인이니 믿을 만하다. 류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코치 시절 재능 기부를 하러 갔다가 본 초등학생 김인태의 타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김인태를 아는 사람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종종 언급했다. 그만큼 타격 쪽으로는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재능을 갖춘 선수였다. 

프로에 입단할 때도 최상위권 유망주였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19살 유망주에게는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2015년까지 1군에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김인태가 당장 1군에 진입하기에는 1군의 벽이 높았다. 두산은 김인태를 입단 1년 만에 경찰야구단에 보내 군 문제부터 해결하게 했다. 전역한 뒤 2016년부터 조금씩 1군 경험을 쌓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붙박이로 1군에 있었다. 대타 1순위, 4번째 외야수로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긴 기다림 끝에 27살이 된 올해 드디어 자기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라던대로 두산에서 '주전' 대우를 받고 있다. 시즌 초반 중견수 정수빈이 타격이 부진한 틈에 자리를 꿰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금은 김인태가 주전"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동시에 김 감독은 김인태, 장승현, 조수행 등 오랜 기간 백업에 머물러 있는 선수들에게 "네 포지션이 어디냐고 물으면 백업이라고 할래?"라고 다그치며 자극하기도 했다. 격려와 채찍질 속에서 김인태는 지금의 기회를 더 소중히 여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두산 베어스 김인태 ⓒ 곽혜미 기자
김인태는 "항상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보셨으면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감독님께 들었던 말이 나뿐만 아니라 (장)승현이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 같다. 형들이 빠지게 된 상황이라 그런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석 수가 늘수록 점점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김인태는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429(21타수 9안타), 3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성적은 43경기, 타율 0.297(118타수 35안타), OPS 0.870, 4홈런, 1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곧 3할 타율도 보인다.

김 감독은 "최근 김인태의 타격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직구든 변화구든 같은 타이밍에서 치고 있으니까. 공 카운트를 안 뺏긴다. 전에는 변화구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것을 뺏겼다. 지금은 카운트 싸움에서 이겨서 결과로 나오니까 유리해졌다. 전에는 나가면 거의 0B-2S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자신감도 붙은 것 같다"고 평했다.  

김인태는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는 게 제일 큰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자신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 재작년과 비교하면 불리한 볼카운트일 때 대처하는 게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타석 수가 많은 것도 도움이 된다. 대타로 나갔을 때는 한 번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게 있었는데, 선발로 나가니까 첫 타석이 안 좋아도 다음 타석에서 대비를 할 수 있어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당장의 결과에 만족할 법도 한데 김인태는 판단을 보류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내가 준비를 안 하면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전력분석팀과 코치님들, 감독님도 (문제가) 보이는 것마다 말씀해주신다. 아직 노력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시즌을 앞두고 목표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는 데는 동의했다. 김인태는 "감독님께서 생각보다 기회를 많이 주셨다. 생각한 것보다 결과가 빨리 나온 것 같다. 숫자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는데, 지난해보다 조금 더 좋은 성적과 플레이를 보여 드려야 한다고 해마다 생각한다. 초반에는 지난해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우가 2군으로 내려간 지금 두산은 일단 김재환-정수빈-김인태로 외야진을 꾸렸다. 박건우가 1군에 복귀하면 또 한번 조정이 필요하다. 김인태가 이때도 선발 라인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면, 올해는 김인태의 야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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