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SSG 오태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올 시즌 사실상 정상적인 전력으로 경기를 치른 날이 손에 꼽는다. 윌머 폰트, 아티 르위키라는 두 외국인 투수를 비롯, 최주환 김상수라는 핵심 전력도 부상으로 꽤 오랜 기간 이탈했다. 하루 혹은 이틀 정도의 휴식을 요하는 작은 부상까지 합치면 부상자 리스트는 더 많아진다.

여기에 박종훈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 위기고, 르위키는 가슴 통증으로 다시 한 달을 빠진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알아봐야 하는 지경이다. 그러나 SSG는 생각보다 잘 버티며 5월 22일 이후 리그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3일 현재도 2위 kt에 2경기 앞선 1위다. 온갖 악재를 생각하면 6할에 가까운 승률(.596)은 기대치를 훌쩍 넘는다.

결국 주전 선수들이 이탈했을 때 자신의 몫을 잘해준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한 성적이다. 마운드에서 오원석 장지훈 최민준이라는 젊은 선수들이 분투했다면, 타선에서는 정의윤 고종욱 오태곤 등 확실한 주전이 아닌 선수들이 고비 때마다 활약했다. 이들의 전체적인 시즌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자신의 힘으로 잡은 경기들이 몇 경기 된다. 그 차이가 현재 SSG의 승률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의윤은 올 시즌 홈런 5개를 치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팀에 리드를 안기거나 경기 판도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순간 터져나왔다. 시즌 내내 부진하던 고종욱은 1일 인천 삼성전에서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쳤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2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오태곤이 만루포를 터뜨리면서 팀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오태곤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21로 소금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3일 삼성전(우천취소)을 앞두고 김원형 SSG 감독은 연신 고맙다고 했다. 다른 표현 방법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 보여주는 자세나 훈련 임하는 태도가 그렇다. 게임에 못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연습을 하고,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농담으로 이야기도 한다. 타자들 경우 계속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고 있다. 조금 안 되더라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하는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고종욱이나 오태곤이나 모두 성향이 좋아서, 기죽지 않았다. 특히 종욱이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게임을 못 나가서 마음고생이 아니라 한 타석이라도 나가서 해줘야 하는데, 자기가 못해서 미안한 것이다. 감독으로서는 게임을 못 내보냈는데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고맙다”면서 “태곤이도 주전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선수인데 기회를 못 받았다. 그래도 꾸준하게 코치와 이야기하고, 훈련도 했다”고 단순히 운이 아님을 강조했다.

사실 이 선수들은 추신수가 갑작스레 영입되면서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고 볼 수도 있다. 좌익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는데, 추신수가 들어오면서 주전 구도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좌절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김 감독은 “내가 고맙게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맙다”고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러냈다. 야구를 어떤 개인의 힘만으로 할 수는 없다. SSG가 잘 나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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