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은 윌머 폰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원형 SSG 감독은 시즌 초반 팀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윌머 폰트(31·SSG)의 ‘변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폰트는 정작 부상 탓에 그 구위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해외여행허가서가 뒤늦게 발급돼 예정보다 입국이 늦은 것부터 꼬였다. 예상보다 2주 정도 페이스가 뒤처졌고, 이를 빨리 만회하려다보니 시범경기 중반 어깨에 가벼운 통증까지 있었다. 폰트도 마음이 급했다. 최대한 빨리 1군에 서려고 노력했지만, 정상적인 일정을 건너뛴 대가는 치러야 했다. 4월 한 달 동안은 자신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목에 담 증세로 또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믿음이 있었다. 캠프에서 분명히 강력한 구위를 보여줬고, 누구보다 이를 잘 확인한 김 감독이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자기 몫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대신 두 가지 측면에서 조언은 아끼지 않았다. 우선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너무 떨어뜨리지 말 것”, 그리고 “커브의 위력이 좋으니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었다.

폰트는 시즌 초반 제구가 잘 안 됐다. 선수도 자꾸 올라가는 볼 카운트가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다가도, 스트라이크가 필요할 때는 너무 살살 던졌다. 누가 보면 부상을 당한 줄 착각할 만한 구속에 김 감독은 “143㎞도 던지더라.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너무 구속을 낮추면 공략을 당할 수 있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살리라고 했다. 볼넷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두 번째는 커브다. 폰트는 최고 150㎞대 중반의 빠른 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진다. 그런데 김 감독은 오히려 슬라이더보다 커브가 더 좋은 구종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폰트는 최근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선호하는 파워커브가 아닌, 각이 크고 느린 정통 커브를 던진다. 포심과 구속 차이가 무려 30㎞에 이른다.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여기에 타이밍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선수가 머뭇거릴 때, 사령탑은 “괜찮다”며 독려했다.

김 감독의 믿음을 등에 업은 폰트는 근래 들어 기막힌 투구로 SSG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목의 담 증세를 극복하고 돌아온 5월 13일 사직 롯데전 이후 5경기 내용은 압도적이다. 폰트는 5경기에서 34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2.12, 34이닝에서 탈삼진이 무려 44개였다. 반대로 볼넷은 6개에 불과했다.

6일 잠실 두산전은 절정이었다. 최고 158㎞를 던지며 8이닝 12탈삼진 1실점 역투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직접 영문으로 서한을 보내 폰트의 헌신과 투구 내용을 칭찬할 정도였다. 구속은 점점 높아지고, 예전처럼 힘을 빼고 던지지도 않았으며, 커브의 낙차는 대단했다. 날이 조금 더 더워지면 160㎞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히 감을 찾은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0.86, 21이닝에서 기록한 탈삼진이 30개에 이른다. 반면 볼넷은 3개로 탈삼진/볼넷 비율이 무려 10에 이른다. 암울한 선발 로테이션이 된 SSG지만, 폰트의 부활은 한가닥 위안이다. 4월의 폰트는 잊어도 좋다. 폰트의 2021년 시즌이 막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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