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듬체조가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손연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있고 국가 대표 선수들은 제 8회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팀 경기 메달 경쟁을 앞두고 있다. 단체팀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2016년,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 대표 선수들과 지도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1분30초 동안 진행되는 리듬체조 프로그램은 30여 개에 이르는 복잡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생소했던 리듬체조 기술을 짚어 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손연재 이후 한국 리듬체조가 나아가야 할 길과 매트에서 수구(手具)와 씨름하고 있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리듬체조 특집① - 송희 국가 대표 코치, "손연재 올림픽 메달 가능성 충분"

리듬체조 특집② - 정석 리듬체조, 복잡했던 기술 낱낱이 해부

리듬체조 특집③ - 천송이, 2020년 도쿄를 향해 달리는 소녀

리듬체조 특집④ - [현장 리포트] 태극 요정들, 아시아선수권대회 팀 경기 메달 도전

▲ 송희 국가 대표 코치 ⓒ 태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의 연기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완성된다. 정확한 기술과 뛰어난 표현력을 위해 선수들의 발목과 무릎, 허리에는 고통이 찾아온다.

매트 위에서 펼쳐지는 리듬체조의 경쟁과 생존은 매우 치열하다. 이러한 현장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한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송희(42) 리듬체조 국가 대표 코치는 체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선수 시절 흘렸던 땀은 지도자의 열정으로 살아났다.

그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하다.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애제자 손연재(22, 연세대)가 출전한다. 4년 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는 메달 획득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인 만큼 '평생의 꿈'인 메달 획득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다음 달 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는 제 8회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지난해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손연재는 3관왕(개인종합, 후프, 곤봉)에 올랐다. 아시아에서 경쟁자가 없는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도 다관왕에 도전한다.

문제는 팀 경기다. 지난해 안방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팀 경기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전망은 어렵다. 홈 팀인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출전 선수가 고른 기량을 가진 일본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리듬체조장에서 열린 2016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15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으로 떠났다. 이번 국가 대표 선발전을 거쳐 태극 마크를 단 손연재와 천송이(19, 세종대) 이다애(22, 세종대) 이나경(18, 세종고)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태릉에서는 손연재를 제외한 3명의 국가 대표 선수들이 송희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 2016년 리듬체조 국가 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한  손연재 ⓒ 한희재 기자

빨라지고 체력까지 생긴 손연재, 올림픽 메달 꿈이 아니다

송희 코치는 어린 시절 손연재를 지도했다. 그는 손연재가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쳤다. 어릴 적부터 강한 정신력과 뛰어난 정신력이 있었던 제자는 어느새 세계 상위 랭커가 됐다.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를 바라보는 송 코치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냉철하다. 송희 코치는 손연재를 "좋은 선수가 갖춰야 할 요소를 고르게 지녔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선수가 지녀야 할 성실성은 물론 강한 정신력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오늘의 손연재를 완성했다.

"올 시즌 (손)연재는 정말 많이 빨라졌어요. 체력적인 면도 좋아졌죠. 본인 말로는 프로그램을 세 번, 또는 네 번을 계속해도 끄떡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훌륭하고 선에 대한 느낌도 시각적으로 강한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연재가 기가 죽을 수 있는데 이를 이겨 냈죠."

송희 코치는 "지난해 손연재가 체력적인 면에서 힘들어 했지만 올해 이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림픽 리듬체조 메달 경쟁에 대해 송 코치는 "연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 중학교 시절 손연재 ⓒ 갤럭시아SM 제공

"(올림픽 메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연재가 새 프로그램을 짠 뒤 태릉에서 훈련을 했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아, 이번에는 도전할 만하다'라고 생각했죠. 그동안 우려했던 체력적인 면이 좋아졌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경쟁은 야나 쿠드랍체바(18)와 마르가리타 마문(20) 등 러시아 선수이 펼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동메달을 놓고 손연재와 안나 리자트디노바(23, 우크라이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 벨라루스)의 불꽃 튀기는 경쟁이 전망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연재와 리자트디노바 그리고 스타니우타, 이 세 선수가 아마도 동메달을 다툴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기술이 좋죠. 그리고 멘탈도 강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거 같습니다. 중요한 건 연재가 자신의 프로그램 완성도를 끝까지 올려야 한다는 점이죠."

송희 코치가 손연재에 대해 가장 칭찬한 점은 강한 정신력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손연재가 받을 부담감은 적지 않다. 최종 목표를 이루려면 이러한 면까지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연재의 생각이다.

"제가 '많이 떨리지 않느냐 혹은 힘들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연재는 '선생님 이것은 제 몫이고 이것을 이겨 내야 제가 살 수 있습니다'고 말했어요.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죠."

올 시즌 출전하는 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 치우고 있는 손연재는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점에 도전한다.

▲ 태릉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송희 코치 ⓒ 태릉, 곽혜미 기자

올해는 중요한 해, 마지막에 선수들을 안고 웃고 싶다

아시아선수권대회의 관심사는 손연재의 다관왕과 한국의 팀 경기 메달 획득이다. 지난해 한국은 팀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쉽지 않다. 경쟁 상대인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일본 팀은 개인종합 순위 15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가 두 명 있어요. 한 나라 팀 경기는 3명에서 4명이 출전하는데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 일본이라고 생각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홈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죠. 우리나라와 일본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이 팀 경기 메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손연재가 18점 이상을 받는 것을 생각할 때 천송이의 선전이 필요하다. 천송이가 16점대 이상을 받고 이다애와 이나경이 선전할 경우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이스 손연재와 174cm의 좋은 체격 조건을 지닌 천송이, 여기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해 온 이다애와 막내 이나경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믿음직스럽다. 손연재와 동갑내기인 이다애는 숨 쉴 틈 없이 수구와 씨름하고 있었다. 이다애는 선수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목 부상이 심하다. 왼쪽 발목은 인대가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다. 그러나 좋은 결실을 맺고 매트를 떠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다.

▲ 이다애의 부상 발목 ⓒ 태릉, 곽혜미 기자

송희 코치는 "(이)다애는 정말 성실한 선수다. 늘 꾸준하게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다애는 163cm의 단신이다. 리듬체조 선수로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이를 이겨 내며 꾸준하게 태극 마크를 달았다.

천송이와 이나경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린다. 송희 코치는 "연재가 떠나도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는 밝다. 연재가 등장한 이후 이 종목을 하겠다는 선수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니어에도 좋은 선수가 많고 더 어린 선수 가운데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을 회고한 그는 국가 대표 코치는 물론 리듬체조 해설가로도 활약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묻는 질문에 그는 "눈물 나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잠시 리듬체조 붐이 일어날 때가 있었어요. 강습회를 보고 이 종목을 시작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리듬체조가 좋았어요. 예전에는 매트 없이 구르는 상황도 있었는데 열정만 갖고 달려 오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올해는 선수 각자에게 모두 중요한 해인데 마지막에는 서로 웃으며 품에 안기기를 바랍니다."

▲송희 코치 이다애 이나경 천송이(왼쪽부터) ⓒ 태릉, 곽혜미 기자

[영상] 송희 국가 대표 코치 인터뷰, 리듬체조 국가 대표 훈련 ⓒ 촬영, 편집 스포티비뉴스 김유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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