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섭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충체육관, 김민경 기자] "경기가 끝난 지금도 떨린다. V리그에 다시 나온 게 행복하고 즐겁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코트에 돌아왔다. 김은섭(27, 우리카드)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블로킹 4개를 포함해 6점을 뽑으면서 세트스코어 3-0 승리에 힘을 보태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키 211cm의 힘을 자랑했다. 김은섭이 제자리에서 팔만 뻗어도 OK저축은행 공격수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높이를 앞세워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 방황의 시작, "배구가 싫었다"

어느 팀이나 탐낼 체격을 갖췄지만, 배구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스스로 마음을 잡지 못했다. 2012~201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지만 코트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상무에서 제대한 뒤에는 은퇴를 결심하고 코트를 떠났다.

"솔직히 운동하기 싫었다. 복귀하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놀았다. 밖에 나와 보니까 정말 배구 말고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았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섭은 프로 무대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실업 팀에서 뛰었다. 그러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의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몇 년 동안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한 선수다. 지난해부터 김은섭을 눈여겨보면서 한번 기회를 주면 마지막 절실한 마음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 블로킹을 시도하는 김은섭(왼쪽)과 최홍석 ⓒ 곽혜미 기자
◆ 이 악물고 버틴 40일, 그리고 '센터 김은섭'

입단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은섭은 "처음엔 제안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제가 받아달라고 매달렸다. 감독님께서 일단 테스트를 버텨 보라고 했고, 지난 6월 20일 팀에 합류해서 테스트만 40일 넘게 받았다. 정식 계약은 안 한 상태로 계속 같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무급으로 버텼냐는 질문이 나오자 "밥도 주시고 잠도 재워 주셨다. 감독님께서 용돈도 주셨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우리카드는 센터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박상하 박진우 2명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바꿔 줄 선수가 없어서 경기 흐름을 못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은섭은 인하대를 졸업할 때까지 주로 라이트로 뛰었고, 대한항공에 입단했을 때도 레프트로 시작했다. 센터가 익숙하진 않았다.

김 감독은 "키가 210cm가 넘는데 국내에서 저 정도 키에 저 정도 움직임이 나오기 쉽지 않다. 서브도 강타로 잘 때린다. 블로킹은 김은섭이 정확하게 뜨면 상대 범실이 나온다. 상대가 속공 다음에 중앙 후위 공격을 시도할 때 김은섭이 블로킹을 뜨고 내려갔다가 제자리에서 다시 손만 뻗어도 높이가 비슷하다"며 센터 김은섭의 가치를 설명했다.

김은섭은 "제가 살길은 센터인 거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완할 점이 정말 많다. 플레이가 빨라서 힘들다. 공백기에 운동한 게 아니라 쉬어서 2~3배는 집중해야 한다"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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