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희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매 시즌 리베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감독 책임이죠. 리베로를 꺼리는 경향이 많은데 1~2년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으면 10년을 뛸 수 있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구 천재로 불린 소녀는 1981년 한국 여자 배구 청소년 대표 팀이 그해 세계청소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때 맹활약했다. 1983년 당시 여자 배구 명문 구단이었던 미도파에 입단했고 한국 여자 배구 중흥기를 이끌었다.

박미희(53) 흥국생명 감독은 코트를 떠난 뒤 마이크를 잡았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배구 해설가로 활약했고 지금은 흥국생명을 지휘하고 있다. 2014년부터 흥국생명을 이끄는 그는 벌써 부임 3년째를 맞이했다.

선수 시절 박 감독은 공격, 수비, 리시브, 블로킹, 토스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다. 레프트와 센터 라이트는 물론 세터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았던 그는 영리한 플레이로 '코트의 여우'로 불렸다.

마이크를 놓고 정글 같은 코트로 뛰어든 그는 하위권에 있었던 팀을 정규 시즌 3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올 시즌 첫 경기와 홈 개막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프로 배구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0(25-11 29-27 25-21)으로 물리쳤다. 흥국생명은 16일 KGC인삼공사와 올 시즌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지난 시즌 우승 팀 현대건설마저 누르며 2연승을 달렸다.

박 감독이 꾸준하게 강조하는 것이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조직력이다. 한국 여자 배구가 국내에서 붐을 일으키고 국제 대회에서 선전했던 원인은 끈끈한 조직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선수들의 체격 조건은 점점 좋아졌지만 중요한 기본기와 수비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그는 늘 안타까워했다.

흥국생명의 올 시즌 주전 리베로는 한지현(22)이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는 주예나(26)였다. 그러나 그가 은퇴하면서 박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주예나의 빈자리를 대신한 이는 한지현이었다.

박 감독은 "우리 팀 가운데 (한)지현이가 가장 안정적이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끈질긴 수비와 안정된 리시브로 상대를 압도했다. 한지현은 이 경기에서 디그 20개를 기록하며 리베로 소임을 다했다.

▲ 이재영 ⓒ 한희재 기자

흥국생명에서 가장 많은 서브를 받은 이는 이재영(20)이었다. 그는 공격은 뛰어나지만 서브 리시브가 약하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받았다.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팀 대부분은 이재영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는다.

이재영은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 35개를 받았다. 이 가운데 15개를 안정적으로 걷어 올렸다. 현대건설 전에서는 12개의 리시브를 받았고 6개를 세터 머리 위로 보냈다.

주전 리베로는 바뀌었지만 한지현은 제 몫을 다 해냈다. 팀의 기둥인 이재영은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25, 캐나다)와 공격을 이끈 것은 물론 리시브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박 감독이 원하는 배구에 잘 따라온 셈이다.

많은 선수가 리베로 포지션을 피하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더러 힘든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볼을 잡기 위해 셀 수 없이 바닥을 뒹굴어야 하고 리시브도 잘 받아 내야 한다.

박 감독은 "내가 다시 배구를 한다면 리베로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수보다 리베로를 하고 싶다. 1~2년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으면 10년을 뛸 수 있다"며 리베로 포지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