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 출전을 앞두고 감량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감량법에 대해 적어 볼까 한다. 흔히들 다이어트와 감량이 비슷하다고 착각한다. 그런 분들께 둘은 완전히 다르다고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감량이라는 것은 100% 요요 현상이 목적인 다이어트다.

감량은 크게 세 가지 과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식단 관리, 운동 병행, 그리고 수분 커트(몸 안 수분 짜기)다.

내 경우는 경기 일정이 잡히고 3~4주를 남겼을 때부터 감량에 들어간다. 우선 저염분 저당분의 음식물을 먹는다. 흔히 '자연식'이라고 부르는 음식으로 식단을 짠다. 닭 가슴살이나 살코기로 단백질을, 감자나 고구마 또는 현미밥으로 탄수화물을, 견과류로 지방을 얻는다. 과일과 야채로 비타민이나 당을 확보한다.

그렇게 먹다 보면 몸무게는 조금씩 빠진다. 개인적으로 저염분 저당분 식단으로 생활하면 김치찌개, 삼겹살, 떡볶이 등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이 엄청 당긴다. 그럴 때 아주 괴롭다.

자연식만 먹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무언가 먹었으면 몸을 움직여 칼로리를 태워야 한다. 경기가 잡히면 오전에 크로스핏이나 웨이트트레이닝과 같은 컨디셔닝 운동을 진행한다. 오후에는 선수부 훈련에 참가한다. 저녁에 기술 및 전략을 위한 훈련으로 땀 흘린다. 들어오는 칼로리는 적은데 몸을 많이 움직이니 힘들다.

운동하며 조금씩 살을 빼다 보면 경기가 1주일 남는다. 그러면 과한 운동은 멈추고 음식물 양을 더 줄인다. 토마토, 계란 흰자, 약간의 견과류로 버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수분 커트를 위해 물을 많이 마신다.

왜 물을 많이 마실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사람 몸은 70~80% 수분으로 채워져 있다. 평소에 물을 많이 안 마셔 놓으면, 몸 안의 수분을 빼내는 수분 커트 단계에서 아주 괴롭다. 마른 수건을 짜느냐, 젖은 수건을 짜느냐 정도로 보면 된다.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 관리가 돼 있다면, 땀으로 몸의 수분이 잘 빠져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지옥에서 저승사자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물을 많이 마셔도 힘들다. 많이 안 마신 상태보다 조금 수월하다는 것뿐이다. 계체 전날까지 최소한의 음식과 물로 버티다가 반신욕으로 땀을 낸다. 몸에서 수분을 짜낸다. 너무 고통스럽고 죽을 것 같은 과정이다. 솔직히 그때는 경기를 생각하기보다 얼른 이 괴로운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계체를 통과하고 물 한 통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때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 몇몇 선수들은 기절할 때도 있다.

계체날에 몸무게를 맞춰 체중계에 올라간다. 글로는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자연식을 먹으며 운동할 때는 허기지고 몸이 고돼 힘들고, 마지막 수분 커트 때는 몸이 저려서 힘들다. 신장에 무리가 간다.

다른 감량법으로는 단식이 있다. 역시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하면서 점차 몸무게를 줄인다. 그리고 마지막 3~4일 단식과 단수로 몸무게를 빼는 방법이다. 몸에 무리가 가긴 하지만, 정신력만 강하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직장 생활을 병행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선수들의 경우엔 평소 식단 관리로 몸무게와 컨디션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체지방 커트, 글리코겐 밴딩, 수분 커트 계획을 세운다.

경기 4주 전이 되면 평소보다 조금 적게 먹는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야채, 염분으로 이루어진 자연식에 가까운 식단을 섭취한다. 뇌에 스트레스를 주면 체중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칼로리를 조절해 음식물을 먹는다.

체지방을 빼는 기간에 '치팅 데이'를 하루 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하루 동안 평소보다 더 먹는 것도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치팅 데이란, 나 자신을 속이는 날이다. 몸은 섭취량을 줄인 평소 식단을 기억한다. 그래서 조금 많이 먹어도 몸에서는 살이 찌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경기 2주 전이 되면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 글리코겐 벤딩 작업을 준비한다. 글리코겐 벤딩이란, 자신의 몸에 저장돼 있는 글리코겐을 소진하는 작업이다. 글리코겐은 포도당과 수분이 결합해 근육에 저장된 형태를 말하는데, 탄수화물을 적게 먹거나 아예 끊고 고단백 식사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을 글리코겐 벤딩이라고 한다.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 시기인 경기 1주를 남기고, 본격적인 글리코겐 벤딩 작업에 들어간다. 계체 전날 간단한 사우나에서 수분 커트로 얼마 남지 않은 체중을 뺀다고 한다. 글리코겐 벤딩으로 계체 후 몸무게를 다시 회복하는(리바운드) 폭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감량법을 알기 위해 이번 TFC 13에 선수가 출전하는 소속 체육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먼저 코리안 탑팀의 감량법이다. 코리안 탑팀은 식단 관리로 살을 빼고 마지막 반신욕이나 사우나로 한계 체중까지 감량하는 방식을 쓴다.

주장 김두환 선수에 따르면, 훈련 캠프는 보통 6주 정도 잡고 감량은 대회 2주가 남았을 때부터 시작한다. 감량에 들어가면 바나나, 고구마 등의 염분을 줄인 음식을 먹는다. 계체 이틀 전 5~6kg까지 낮추고 계체 전날 반신욕이나 사우나로 마지막 수분 커트를 진행한다.

코리안 탑팀 선수들의 감량 폭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적게는 5~6kg, 많게는 10kg 정도 감량한다. 경기 2주 전에는 운동의 강도를 낮춘다. 여기서 코리안 탑팀만의 특이한 점이 있다. 땀복을 입고 바로 운동을 시작하면 퍼질 위험이 있어서 20분 정도 땀을 내고 그 뒤 땀복을 입는다.

다음 소개할 체육관은 이번 새로운 페더급 왕좌를 차지한 챔피언 최승우 선수의 몹짐(MOB)이다. 언젠가 나와 맞붙을지도 모르는 최승우 선수에 따르면, 훈련 캠프는 경기가 잡히는 순간부터 바로 돌입이다. 식단의 경우 한 달(4주) 단위로 준비한다. 일주일에 2.0~2.5kg 감량을 목표로 한다.

식단은 염분과 당분을 줄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과일, 초록 야채로 균형 있게 짠다. 이런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보통 도시락'에서 하루 2번 도시락을 제공 받는다. '보통 도시락'은 몹짐을 돕는 도시락 업체다.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하고 감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선수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선수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몹짐만의 특이한 점이 있다. 아침에 미숫가루나 꿀물을 마셔 모자란 당을 채운다고 한다. 살이 잘 안 빠지는 시기가 대회를 2주 정도 남겼을 때다. 이때부터 섭취량을 점차 줄이면서 계체 전날까지 조금씩 먹는다고 한다.

계체를 앞둔 1주를 제외하고 꾸준히 컨디셔닝 훈련과 선수부 운동을 병행해 훈련 강도와 양을 유지한다. 마지막 수분 커트 단계에서는 알보린이라는 크림을 바르고 땀구멍을 연다. 티셔츠와 바지, 땀복을 입은 채 미트와 가벼운 러닝으로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체온을 올려 놓는다. 중간중간 이불이나 침낭을 준비해 그 안에 들어가 수분만 뺀다. 최대한 근 손실을 막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보통 몹짐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계체 당일 아침 수분 커트를 진행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감량법이 있다.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당연히 내가 모르는 감량법이 존재할 것이다. 혹시 다른 감량법을 안다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정보를 주기 바란다. 식단 조절, 운동 병행 그리고 마지막 수분 커트까지. 이 괴롭고 힘든 과정을 버티고 계체까지 모두 끝내면 음식을 먹어 다시 몸무게를 회복한다.

그리고 케이지 위로 올라간다. 정답은 없다. 감량이라는 놈은 상대보다 먼저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나 자신이 만들어 낸 무섭고 외롭고 고달픈 허상의 이름이다.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도 이 허상을 이기고 상대에게 다가가겠다.

<필자 주> 따라 하셔도 됩니다. 단, 책임은 못 집니다. 감량에 정답은 없습니다. 글로는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하면 몸이 받아들이는 차이와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맞는 감량법이 있고 맞지 않는 감량법이 있습니다. 반드시 사전에 먼저 해 보시고 실전에 쓰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몸에 맞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감량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kg만 빼도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입니다. 신중하게 따라 해 주세요. 그리고 따라 했는데 안 빠진다고 하시는 분들, 들고 있는 그 손 내려놓으시고 제발 운동 좀 하세요.

※ 도움말을 주신 분들- TFC 페더급 챔피언 최승우 선수(몹짐), 코리안 탑팀 주장 김두환 선수, 아시안게임 산타 은메달리스트 유상훈 선수(영주시청), TEAM V.I.P 팀장 홍성호 선수(팀 매드)

■ 필자 소개- TFC 페더급 파이터 조성원. 부산 팀 매드 소속으로 선수 출신 기자를 꿈꾼다. 등장 퍼포먼스도 연습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수들의 삶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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