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원은 지난 5일 TFC 13에서 나카무라 요시후미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곽혜미 기자
<필자 주> 이 글이 구차한 변명 글로 보일까 겁이 납니다. 변명을 늘어놓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완전히 망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 준 선수의 경기 전과 후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5일 TFC 13에서 나카무라 요시후미 선수와 경기했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석연찮은 무승부 판정이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대해 주신 분들과 경기를 지켜본 많은 격투기 팬들 그리고 상대한 선수에게 죄송한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다.

경기 전날인 지난 4일 오전 10시, 계체 장소인 더 리버사이드 호텔로 여러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전날(3일) 저녁 반신욕을 하고 잤다. 아침에 당연히 빠져 있을 줄 알았던 500g이 빠져 있지 않아 놀랐다. 다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지난주 칼럼을 감량에 대해 썼는데 몸무게를 맞추지 못한다면 크나큰 창피였다. 프로의 책임감은 없고 입만 놀릴 줄 아는 그런 선수로 보일까 하는 엄청난 부담감에 '똥줄'이 탔다.

그렇게 급하게 체중을 맞추고 조금 늦게 계체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계체를 실패한 안토니오 도스 산토스 주니어 빼고는 모두들 얼른 계체와 기자회견이 끝나길 바라는 눈치였다.

오전 11시 정각에 계체가 시작됐다. 앞선 TFC 선수 모두들 계체를 통과하고 내 차례가 왔다. 팬티를 입고 재니 66.35kg이 나왔다. 한계 체중보다 50g이 더 나갔다. 부랴부랴 팬티를 벗고 다시 계체를 하겠다고 했다. 팬티를 벗고 재니 66.20kg이었다. 무사히 계체를 통과했다. '휴', 지난주 칼럼에 대한 생각에 안도감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몸에 수분을 다시 채우기 위해 물을 2리터 가까이 마셨다. 그리고 속에 부담감이 안 가는 죽을 먹고 부족했던 당을 채우기 위해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아침에 반신욕을 할 때는 나오지 않던 땀이 지금은 왜 이리 잘 나는 건지 야속하기만 했다.

그리고 TFC 측에서 잡아 준 호텔 방에 올라가 쉬었다. 세컨드들이 사온 도시락을 먹으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잠을 청하고 다시 깨 세컨드들이 사온 빵과 주스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계속 이렇게 먹고 자고를 반복을 했다. 아마 이때만큼은 세상 이렇게 행복한 작업이 또 있을까 싶다. 지옥을 맛보고 천국을 맛보는 이 느낌이야말로 도무지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쉬다가 같이 온 세컨드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컨디션을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대회일 입장 퍼포먼스를 세컨드들과 연습하고 또 잠이 들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호텔에 준비돼 있는 조식을 먹고 올라와 다시 잠을 자고 오전 11시쯤 일어나 경기장에 갈 채비를 마쳤다. 경기장인 서울 올림픽홀에 도착하고 각자의 코너에서 짐을 풀고 기다렸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리허설을 준비하라고 했다. 이번에는 대회의 개회식이 따로 없고 UFC처럼 바로 경기할 선수들이 케이지로 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등장 리허설을 끝내고 오후 3시쯤 대기실로 와 세컨드들이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경기 전 너무 늦게 먹으면 소화가 안 돼 경기력에 지장이 갈 수 있다. 그렇게 먹고 휴식을 취하다 오후 3시 30분 케이지를 점검했다. 상대에게 쓸 몇 가지 기술과 태클 방어로 가볍게 몸을 풀며 케이지를 최대한 느끼려 노력했다.

오후 4시 나는 퍼포먼스를 위해 특별 게스트 'TFC 케이지 걸' 김세라 씨를 불러 마지막 퍼포먼스를 연습했다. 이 자리를 빌려 바쁜 가운데 퍼포먼스를 도와 주신 김세라 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고 퍼포먼스로 더 고생한 현우, 영기, 우혁아 너무 고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5시, 1경기 선수들이 맞붙었다. 나는 TFC 측에서 준비해 준 마사지를 받았다. 역시 전문가가 불편하고 아픈 부위를 풀어 주니 몸이 더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사지가 끝나고 감독님께 밴디지 테이핑을 부탁 드렸다. 경기 세컨드로 600경기가 넘는 경험의 양성훈 감독님이 밴디지 테이핑을 해 주니 이 주먹으로 상대를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밴디지를 끝내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8번째 경기라 5번째 경기가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숨통 터뜨리기를 진행했다. 경기 전에 숨통을 터뜨리지 않으면 경기하다가 호흡이 더 필요해 체력적으로 부담이 간다. 미리 이렇게 숨통을 터뜨려 호흡량을 늘려 놓으면 체력적으로 안정감이 생기고 체온이 올라가 더 잘 움직일 수 있다.

전략적인 움직임도 더 연습했다. 이때 몸이 너무 가벼워 상대방을 무조건 때려눕힐 것만 같았다. 자신만만한 날 보던 현우는 혹시 모르니 자만하지 말라고 계속 충고했다. 그때는 그리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렇게 7경기가 시작됐다.

TFC 측에서 대기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도착하니 상대 선수도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 나카무라 요시후미 역시 긴장을 했는지 계속 '하', '허이' 기합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와는 다르게 마지막 퍼포먼스 준비를 했다.

그리고 7경기가 끝이 나고 우리의 경기가 다가왔다. 상대방이 등장하고 내가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경기하다가 예상치 못한 발등 부상으로 엉망의 경기력을 보여 준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렇게 잠시 정신이 가출해 버렸다. 김도형 선수가 진행하는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하고 대기실에 멍하니 있었다. 내 다음 경기들 승자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다음 경기 선수가 나가기도 했다. 그때까지 망연자실한 채 있었다. 세컨드들이 위로를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 자신이 한심했다. 같이 와 준 세컨드들과 응원해준 분들께 죄송스럽기만 했다.

TFC 13이 그렇게 끝났다. 나를 제외한 모두들 바로 다음 날 아르바이트나 약속이 있어서 부산에 바로 내려가야만 했다. 난 날 보러 와 준 친구들이 있어 다음날 내려가기로 했다.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가볍게 술을 마셨다. 무언가 가슴에 체한 것 마냥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방을 잡고 잤다.

이렇게 내가 주인공이 될 줄 알았던, 될 수 있었던, 되고 싶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필자 소개- TFC 페더급 파이터 조성원. 부산 팀 매드 소속으로 선수 출신 기자를 꿈꾼다. 등장 퍼포먼스도 연습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수들의 삶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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