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한국 시간) UFC 205에서 코너 맥그리거는 에디 알바레즈와 신경전을 펼쳤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종합격투기나 복싱에서 말하는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이었는데 여러 사람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렇다. 세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지난 7월 20일(이하 한국 시간) 도널드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다. 여기서 화이트는 왜 트럼프 옆에 설 수밖에 없는지 과거사를 밝히면서 트럼프를 '미국을 위해 싸울 파이터가 될 사람'이라고 띄워 줬다.

"UFC가 잔인한 싸움이라고 모두 천대할 때 유일하게 트럼프만 종합격투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도와줬다. 대회를 개최할 장소를 잡기도 쉽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그의 소유 경기장(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을 제공했다. UFC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UFC를 인정했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와 함께해 준 트럼프에게 언제나 고마웠다. 오늘 밤 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다고 밝힌다."

"내가 트럼프를 존경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는 동물적인 사업가 기질을 갖고 있고, 둘째 시간을 아끼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셋째 언제나 믿음직한 친구로 주위 사람들과 함께한다."

"여러분께 말씀 드릴 게 있다. 난 평생 파이트 비즈니스를 해 왔다. 난 누가 파이터인지 알아본다. 트럼프는 파이터다. 그는 미국을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다."

UFC는 2000년 11월 18일 UFC 28, 2001년 2월 24일 UFC 30, 2001년 5월 5일 UFC 31을 미국 애틀랜틱시티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에서 열었다. 화이트와 퍼티타 형제가 UFC를 SEG로부터 매입한 것이 2001년 1월. 화이트 대표의 지지 선언은 UFC 주파(ZUFFA) 시대의 시작을 함께해 줬던 트럼프를 향한 보은의 의미였다.

▲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화이트 대표 말대로 트럼프는 싸움꾼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누구와 어떻게 싸울지는 지켜볼 일인데, UFC로선 손해를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코너 맥그리거가 UFC 최초 두 체급(페더급 라이트급) 동시 챔피언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페더급 챔피언 맥그리거는 오는 13일 UFC 205에서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자가 된다.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와 메인 이벤트에서 만난다.

개인적으로 알바레즈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알바레즈는 "9분 안에 펀치 큰 것을 먹이고 서브미션으로 끝내겠다"고 말하는데,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7명의 국내 격투기 전문 기자 가운데서 4명이 알바레즈에게 기대를 건다.

그러나 해외 베팅 사이트에선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맥그리거가 톱 독이고, 알바레즈가 언더독이다. 배당률 차이가 크지 않지만 맥그리거가 UFC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예상하는 도박사가 꽤 많다. 라이트급에서도 밀리지 않는 체격을 가진 맥그리거의 타격이 진흙탕 싸움의 달인 알바레즈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맥그리거가 알바레즈의 레슬링을 잘 방어할 수 있을지, 레슬링 싸움을 피하다가 체력이 크게 깎이진 않을지, 위기 순간에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할지, 네이트 디아즈를 로킥으로 두들겼던 것처럼 생애 두 번째 5라운드 경기에서 어떤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맥그리거는 "5라운드 게임도 준비돼 있다", "난 항상 다른 전략을 갖고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맥그리거는 "영원히 기록에 남을 불멸의 존재가 되겠다"고 큰소리친다. UFC 최초 두 체급 동시 챔피언 타이틀에 "내 인생이 걸린 중요한 과업"이라면서 의미를 둔다.

만약 맥그리거가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까지 정복하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가 두 벨트 가운데 하나를 반납해야 한다고 하지만, 맥그리거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코치 존 카바나도 "두 체급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방어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한다.

맥그리거가 고집을 부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요즘 UFC 분위기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맥그리거를 UFC 200 출전자 명단에서 뺀 화이트 대표는 결국 맥그리거를 UFC 202 메인 이벤트에 올렸다. 그가 원하던 상대 네이트 디아즈를 붙여 주면서.

맥그리거가 알바레즈를 이기면 페더급, 라이트급 양쪽 다 사상 최악의 교통 체증이 시작된다. 부상이 없다고 가정해도 1년에 페더급과 라이트급 타이틀 방어전을 두 번씩 하기는 힘들다. 페더급 맥스 할로웨이나 라이트급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토니 퍼거슨 등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두 체급을 방어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어 보여서 다행이다. 맥그리거는 페더급 경기를 뛰려면 엄청난 감량 고통을 견뎌야 한다. "누가 내가 페더급 경기를 뛸 수 없다고 하는가?"라며 성을 내지만,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는 게 더 편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맥그리거는 2008년 데뷔했을 때 라이트급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도 그런 생각이다. "맥그리거는 페더급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라이트급에서 활동할 것이다. 페더급 챔피언은 조제 알도가 될 것이고 난 내년에 알도와 페더급 타이틀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만약 당신이 맥그리거라면 페더급과 라이트급 타이틀 가운데 무엇을 포기하겠나?" 물은 적이 있다. 정찬성은 "나라면 페더급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알도를 13초 만에 꺾었고, 그런 알도가 페더급을 다 정리해 준다. 알도가 굳건하게 버티는 한, 페더급을 정복한 남자로 남는다. 그러니 당연히 라이트급 도전에 더 큰 의미를 두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 대회사를 쥐락펴락하는 파이터가 탄생할 것인가?

맥그리거가 알바레즈를 이기면 그의 위상은 '원 앤드 온리'가 된다. UFC 흥행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맥그리거와 론다 로우지다. 그런데 로우지가 오는 12월 31일 UFC 207 아만다 누네스와 타이틀전을 앞두고 은퇴를 거론했다.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이번 경기가 그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맥그리거는 UFC 205 PPV를 200만 건 팔겠다고 한다. 로우지가 빠지면 '판매왕' 맥그리거는 새 UFC 소유자 WME-IMG의 둘도 없는 효자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반대로 불효자가 될 가능성도 동시에 커지는 게 재밌다. 대회사와 힘 싸움을 할 수 있는 파이터의 등장은 전에 없었다. UFC에 끌려오기만 했던 파이터들에게 힘을 실을 수 있다. 그가 선수협회를 이끄는 그림을 그려 보자. 아마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빅 매치가 될 것이다.

알바레즈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맥그리거를 꺾고 "UFC를 예전처럼 돌려놓겠다"고 한다. 반대 결과가 나오면?

조용하던 게가드 무사시가 부쩍 말이 많아졌다. 그가 독설을 날리는 시대가 올지 누가 알았겠나. 알바레즈가 맥그리거를 막는 데 실패하면 트래시 토크가 난무하고 큰돈을 바라며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찔러 보는 지금보다 세상은 더 바뀔 것이다.

맥그리거가 지배하는 옥타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이한 미국처럼 안갯속이다.

3일 후 옥타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다들 지켜보시라. UFC 205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라 의미를 두는 분위기지만, 난 종합격투기 분위기를 흔들 획기적인 인물이 탄생할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끝


▲ UFC 205는 오는 13일 오전 8시 30분부터 SPOTV가 생중계한다. 언더 카드부터 총 12경기가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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