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 제공|(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이야기를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나홀로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일 수도 있지만, 나 혼자 견뎌내야 할 버거운 비밀일 수도 있다.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시공간이 멈춘, 가려진 시간에 갇혀버린 한 소년과 그 소년을 믿어주는 유일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나 혼자 간직하고 싶은 추억 보단, 나 홀로 견뎌야 하는 비밀을 이야기 한다. 서로 공감하고 의지했던 소년과 소녀는 알수 없는 일이 벌어진 후 시공간을 초월하는 강력한 믿음을 보여준다. 소년과 소녀가 등장해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보일수도 있지만, ‘가려진 시간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있어야 할, 하지만 현 시대에 좀처럼 갖기 힘든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엄태화 감독(35)은 시공간이 멈춘, 믿기 힘든 이야기를 통해 절대적인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주제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편이 아닌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역시 믿음이라는 주제를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시공간이 멈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 소재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하며 이미지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큰 파도를 앞에 두고 남녀가 마주보고 있는 작자 미상의 그림을 발견했다.

두 사람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여자가 어른인지 아이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 이미지와 멈춰버린 시공간이 만나면서 가려진 시간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시공간이 멈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 자체를 메인으로 끌고 갈 순 없었다. 파편적으로 보여주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길 바랐다. 영화가 흘러가는 129분 동안 아이들은 성장하고,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 영화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 제공|(주)쇼박스
영화가 완성되고 보니, 누군가를 믿는 이야기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시대, 환경이 누군가를 믿는걸 쉽지 않게 만들었고, 불신이 익숙해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 믿을 수 있는 세상은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무의식을 통해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드러난 것 같다.”

엄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떠오른 이미지는 소녀 한 명과 성인 남자 한 명이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떠올렸고, 남녀 모두가 아이처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엄 감독의 말대로 가려진 시간은 순정만화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소년스러움이 남아 있는 성인 남자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강동원이 떠올랐다.

“(20대 연기가) 충분히 가능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몰입을 해서 보면 배우의 나이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이미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동원 씨의 친구로 나오는 엄태구 씨도 마찬가지다. 아예 20대 배우를 캐스팅 하긴 그랬다. 그 공간 안에서 나이를 먹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도전이었다. 주연을 맡은 강동원 입장에서도 도전이었고, 첫 연기를 도전한 신은수부터,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엄태화 감독까지 말이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소재였고, 시공간이 멈춘 화면을 구현하는 것도 도전이었다단편영화 2012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지만 호평과 부담은 다른 종류의 이야기다. 엄 감독 입장에서만 본다면 첫 상업영화에 대한 부담이 존재했다. 없다면 거짓말일 터.

▲ 영화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 제공|(주)쇼박스
“솔직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 부담감에 비하면 덤덤한 편이다. 영화를 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욕심이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바라면 실망이 크다는 것을 배운 탓도 있겠지만, 물 흘러가드는대로 그냥 가는게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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