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우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외국인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포지션인 '아포짓(Opposite)'에서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지킨 이가 있었다.

한국 최고 왼손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 받았던 박철우(31, 삼성화재)가 돌아온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던 그는 지난달 27일 제대했다.

누구보다 박철우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이는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이다. 임 감독은 "(박)철우가 팀에 와서 도움을 줘야 한다"며 박철우의 존재를 강조했다.

박철우는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 복귀한다. 임 감독은 지난달 "철우의 몸 상태는 80% 정도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네덜란드)의 공격에 의존하고 있다. 오랫동안 삼성화재는 뛰어난 공격수가 없었다. '거포 기근'에 시달렸던 삼성화재에 박철우의 복귀는 가뭄 끝에 오는 비와 같다.

2004년 고졸 선수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그는 2010년부터 삼성화재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활약한 지 10년이 넘은 그는 두 딸의 아버지가 됐고 뒤늦게 군 복무도 마쳤다. 그리고 서른을 넘었다.

국내 공격수 자존심 살린 왼손 거포

박철우는 V리그 통산 3,648득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2008~2009 시즌에는 정규 리그 MVP에 올랐다.

그는 2005~2006 시즌부터 2014~2015 시즌까지 공격 성공률 50%를 넘었다. 2009~2010 시즌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256득점을 기록했다.

개인 기량도 뛰어났지만 남자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우승 복도 많았다. 박철우는 현대캐피탈 시절 2번 정상에 올랐다. 2010년 삼성화재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4년 연속 우승을 경험했다.

한때 기흉으로 선수 생활에 큰 위기가 온 적도 있다. 끊임없는 재활과 치료로 계속 코트에 남은 그는 2014~2015 시즌 9경기를 치른 뒤 군 복무를 위해 코트를 떠났다.

코트 대신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 그는 제대 닷새 만에 경기에 나선다. 삼성화재는 레프트에 있는 타이스와 라이트 공격수인 박철우가 동시에 위력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다.

▲ 박철우 ⓒ KOVO 제공

박철우의 합류, 삼성화재가 거는 기대는?

삼성화재는 1일 현재 5승 6패 승점 18점으로 5위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삼성화재가 중,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전력,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이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그동안 김명진(25)이 박철우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임 감독은 꾸준하게 김명진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타이스와 상대를 위협하는 좌우 쌍포가 되기엔 2% 부족했다.

이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박철우의 복귀는 삼성화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이트에서 박철우의 공격이 살아나면 타이스의 공격력도 탄력을 받는다.

임 감독은 박철우가 돌아와도 삼성화재의 장점인 수비와 서브 리시브가 받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철우가 팀에 도움이 되려면 리시브가 받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가빈 슈미트(30, 캐나다)와 삼성화재의 공격을 책임졌다. 당시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았던 신치용 단장은 "가빈은 꾸준하지만 박철우는 기복이 있는 편"이라며 고민했다. 박철우의 공격력이 살아나는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박철우의 합류로 삼성화재는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맞대결은 남자부 2라운드 마지막 경기다. 1라운드 두 팀의 대결은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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