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은 세부 수치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불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디자이너 김종래

올 시즌 KBO 리그도 명암이 엇갈린 한 해였다. 두산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돔구장이 개장됐고, FA 100억 원 시대도 열었다. 감추고 싶은 그림자도 짙었다. 팬은 불법 도박과 승부 조작 사건에 차가운 눈길을 보냈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도 철학' 논란에 휘말렸다. 스포티비뉴스는 올 시즌 야구계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 야구 이슈를 정리했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2016년은 야구 팬들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됐다. KBO 리그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직행 소식이 지난 1월부터 쏟아져 나왔고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시대에 이어 새로운 코리안 메이저리거 시대가 열렸고 '코리안 빅리거'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야구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선발 명단을 체크했고 그들의 활약에 박수 치고 환호했다. 야구 팬들을 잠 못 들게 한 코리안 빅리거들의 2016년을 정리했다.

◆ 'The Final boss' 오승환

한일 야구의 9회를 평정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최고 마무리 투수와 케빈 시그리스트라는 강한 셋업맨이 있었다. 오승환은 필승조에서 7회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즌 중반에 세인트루이스의 9회 수비 때 마운드에 선 투수는 오승환이었다.

로젠탈은 '동네북' 신세가 됐다. 시그리스트는 건재했지만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로젠탈 자리에 넣었다. 오승환은 지난 7월 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처음 등판했고 공 13개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첫 세이브를 올렸다.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오승환은 올 시즌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며 '돌직구'를 세계에 알렸다.

오승환은 세부 기록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구원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헛스윙 유도율은 18.1%로 메이저리그 구원 투수 5위였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이 맞을 확률은 73.3%로 구원 투수 3위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나고 세인트루이스 드위트 주니어 구단주는 오승환의 올 시즌을 '위대한 한 시즌'으로 평가했다.

◆ '외환(外患)위기' 강정호

야구로는 성공했으나 외적인 일 때문에 소란스러웠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2015년 시즌 불의의 사고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다. 피츠버그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로 가을 야구에 진출했을 때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강정호는 '벅스'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당시 강정호는 신인이었지만 이미 팀의 중심에 있었다.

2016년 부상에서 복귀해 '패스트볼 킬러'로 활약하는 강정호를 볼 수 있었다. 3루수로 출전하며 강속구에는 어김없이 방망이를 냈고 아시아 내야수 최초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강정호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55 21홈런 62타점 OPS 0.867이다. 타율은 지난 시즌 기록한 0.287보다 낮아졌으나 출루율은 유지했고 장타율이 올라 OPS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위기는 야구 외적인 곳에서 나왔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7월 시카고 원정길에서 만난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여성은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여성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추가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가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 복귀 후에는 다른 문제가 터졌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음주운전으로 가드레일과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해 피소됐다. 혈중알콜농도 0.084%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상태였다. 강정호는 동승한 지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 확인 결과 '거짓'으로 판명돼 일은 더 커졌다.

강정호는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바가 있다. 강정호는 이번 음주운전으로 '삼진아웃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 조사 후 "팬들께 죄송하다 야구로 보답하는 일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기만성(大器晩成)' 김현수 

대기만성은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김현수의 올 시즌이 대기만성이었다. 2015년 12월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액 7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의 2016년 봄은 가시밭길이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고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마이너리그로 가는 것을 제안했다. 김현수는 계약에 있는 거부권을 사용했고 홈 개막전에서 홈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 이따금 생기는 대타 기회에서 활약했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스포츠 음료를 눈치를 보며 마시는 김현수의 행동에 많은 팬은 가슴 아파했다.
▲ 김현수의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은 메이저리그 상위 10%였다 ⓒ 디자이너 김종래

그러나 지난 5월 1일 김현수는 3안타 경기를 펼치며 4월에 출전한 6경기에서 15타수 9안타 타율 0.600을 기록했다. 더그아웃을 달구는 '6할 타자'가 된 김현수는 5월부터 출전 횟수가 늘어났고 완벽한 오른손 투수 플래툰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지난 9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서 역전 2점 아치를 그렸는데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결정하는 홈런이었다. 어려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활약한 김현수에게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선은 A학점을 줬다. 볼티모어에서 A학점을 받은 선수는 김현수를 포함해 3명 뿐이다.

◆ 절반의 성공 '신인 거포' 이대호-박병호

한일을 평정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다. 지난 오프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 발표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스프링캠프 때 활약하며 당당하게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아담 린드와 함께 1루수 플래툰으로 경기에 나섰다. 상대 팀 선발투수가 왼손이면 이대호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6월까지는 승승장구했다. 타율 0.283 1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초에 손 타박상으로 주춤했다. 연속 경기 무안타 기록은 늘어갔다. 8월 이대호는 마이너리그로 갔다가 복귀했다.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어졌다. 이대호는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으로 크게 뒤지는 성적은 아니지만 만족하기는 힘든 성적으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포스팅으로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다른 코리안 빅리거들과 달리 시즌 첫 경기부터 선발 명단에 들어갔다. 구단의 기대처럼 박병호는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리며 2년 연속 50홈런 타자의 힘을 보여 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박병호의 약점이 보였다.

시속 93마일(약 15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했다. 헛스윙과 파울은 50%를 넘었다. 변화구를 공략해 홈런을 만들었으나 투수의 정면 대결에는 반응하지 못하며 헛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가락 부상이 찾아왔다. 박병호는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 기록으로 데뷔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힘만 증명한 시즌이 됐다.

◆ 아픈 '선임 메이저리거' 추신수-류현진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하고 있을 때 이미 메이저리거인 선수들은 함께 운동장에서 뛰는 장면을 상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임 메이저리거'들은 부상에 신음하며 몇차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올 시즌 48경기에 출전했다. 올 시즌 초 오른 종아리 염좌로 4월 초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5월 복귀 후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다. 6월에는 아래 등 염증으로 시즌 세 번째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8월에는 척골 골절로 명단에 다시 올랐다. 4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리는 동안 시즌은 거의 끝났다. 잦은 정차를 반복한 '추추 트레인'은 이제 트레이드 소문에 휩싸여 있다.
▲ 단 1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을 2017년에는 볼 수 있을까 ⓒ 문상열 특파원

LA 다저스 류현진은 본인의 메이저리그 세 번째 시즌인 2015년 어깨 관절 와순 파열로 시즌 아웃됐고 재활에 힘썼다. 2016년 시즌 초 복귀가 전망됐으나 재활 기간은 길어졌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팔꿈치 수술은 일부러 하는 시대까지 왔지만 어깨 부상은 다르다. 어깨 수술을 한 많은 투수가 구속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 팬들은 '몬스터' 류현진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응원했다.

류현진은 지난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복귀전 성패에 따라 류현진의 앞으로 행보가 정해질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89구를 던졌고 4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6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9.82마일(약 144.6km)이 찍혔다. 2013년에는 평균 구속 90.3마일, 2014년에는 평균 구속 90.9마일을 기록했다.

이후 선발 등판을 예고했으나 지난 7월 20일 왼쪽 팔꿈치 건염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8월 2일 수술을 결정하며 60일 부상자로 전환했다. 류현진은 최근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미국 언론에서 트레이드 소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현실의 벽' 최지만

룰 5 드래프트로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은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성적은 초라했다. 5월 11일까지 타율 0.056를 기록하고 방출됐고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 A 구단인 솔트레이크 비스에 들어갔다.

솔트레이크에서 빅리그의 부름을 기다리던 최지만은 지난 7월 9일 에인절스 주전 1루수 CJ 크론이 부상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시 밟았다. 이후 최지만은 2루타와 홈런을 가끔 터뜨리며 자신의 잠재력을 보였다. 그러나 트리플 A 통산 타율 0.308 40홈런 242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현실의 벽을 느끼며 타율 0.170 5홈런 12타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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