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요코하마, 정형근 기자] ‘세계적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클럽이 갖춰야 할 조건은 다양하다. 오래된 역사와 성적, ‘슈퍼스타’의 존재 여부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넓은 팬층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 방위대’ 레알 마드리드가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데는 이견이 없다. 1902년 FC 마드리드로 시작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고 2000년대에만 호나우두, 루이스 피구, 라울 곤잘레스,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등 각 국가를 대표하는 레전드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다.

명문 구단의 조건은 경기를 대하는 ‘접근법’에서도 유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4강전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경기를 펼치기 위해 12일 새벽 5시에 일본에 입국했다. 하루 전날 데포르티보와 프리메라리가 15라운드 경기를 펼치고 곧장 일본으로 이동해 피곤할 법도 했지만 훈련은 거르지 않았다. 일본 입국 당일 오후 훈련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14일 지네딘 지단 감독은 선수단이 일찌감치 일본에 입국한 이유를 밝혔다. 클럽 아메리카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차 적응을 고려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 리듬을 위해 일본에 일찍 도착해 경기를 준비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클럽 아메리카전의 확률은 50대 50이다. 우리는 매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 지켜본 호날두는 선수들 사이에서 항상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훈련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호날두는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고 클럽 월드컵에 나섰다. 발롱도르 수상 이후 “하루를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우승을 위해 일본에 왔다.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해 한 해를 좋은 내용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2015-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컵을 든 지단. 레알은 일본에서 클럽 월드컵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클럽 아메리카는 ‘북중미 챔피언’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에 출전해 11일 전북 현대와 6강전에서 후반 집중력을 보이며 2-1로 역전승했다. 빠른 역습과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리카르도 라볼페 감독은 “유니폼이 승리를 부르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기고 싶다. 멕시코 축구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팀의 주축인 로페즈와 권순태가 부상으로 빠진 전북의 ‘1.5군’을 상대로 힘겨운 경기를 펼친 클럽 아메리카는 레알 마드리드와 실질적 격차가 크다. 레알은 자만하지 않고 담담히 4강전을 준비하고 있다. 레알은 일본 도착 이후 매일 훈련을 진행하며 이변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레알 선수단은 4강전이 펼쳐지는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14일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했다. 피로가 풀린 레알 선수들의 표정은 한층 더 밝았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일본 적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였다. 부상으로 일본 내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이날 처음 훈련장에 나타냈다. 라모스는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점검했다.

“결승전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클럽 아메리카전에 집중할 뿐이다. 클럽 월드컵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에 중요한 타이틀이 될 것이다.” 

지단 감독은 ‘명문 구단’의 조건을 잘 알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 팀을 얕보거나 방심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벤트성 대회’라는 비판이 뒤따른 클럽 월드컵.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대회에 나서는 각오는 어느 팀보다 진지했다.

[영상] 레알 마드리드가 클럽 월드컵을 대하는 자세 ⓒ요코하마, 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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