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용(오른쪽)이 강원에 입단하며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하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김덕중 기자] 강원 FC가 ‘싸움닭’ 강지용(27)을 영입하며 탄탄한 수비진을 구축했다.
 
강원은 지난 11일 오후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강지용과 2년 계약을 맺었다. K리그 챌린지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 받는 강지용의 영입으로 2016년 시즌 K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강원의 수비진은 더욱 단단해졌다.
 
강지용은 키 187cm, 몸무게 85kg의 탄탄한 체구를 자랑한다. 제공권은 물론 스피드, 빌드업 능력까지 수준급인 중앙 수비수 요원이다. 한 시즌에 5골을 터뜨릴 정도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보이기도 했다. 강지용은 2016년 시즌 38경기에 출전하며 부천의 K리그 최소 실점을 이끌었다. 강원과 부천은 2016년 나란히 40경기 33실점을 기록했다.
 
강지용은 “클래식은 나에게 꿈의 무대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하는 강원의 일원으로 정말 잘하겠다”며 “강원에서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겠다.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노력해서 강원에서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말 그대로 ‘반전 드라마’다. 강지용은 부푼 꿈을 안고 뛰어든 프로에서 쓴맛을 봤고 아마추어 리그까지 떨어지며 이를 악물었다. 2014년 K리그 챌린지에서 프로 무대에 복귀한 강지용은 드디어 한국 축구 최고 무대인 K리그 클래식에 닿았다. 강지용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강지용은 난우초-제물포중을 거쳐 장훈고에 입학했다. 고교 시절 U-19 대표 팀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2008년 한양대에 들어간 그는 2009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2009년 4월 U-20(20세 이하) 대표 팀에 선발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했다. 2009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데뷔 시즌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10년 5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경쟁을 시작했지만 2011년, 다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2년 부산으로 이적하며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강지용은 K리그에서 4년 동안 6경기에 뛴 것이 전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시즌이 끝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소속 팀을 찾기 위해 중국까지 다녀왔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K리그 선수 등록 시간이 이미 지난 뒤였다.
  
선수 생활을 이어 가기 위해 강지용이 선택한 곳은 프로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리그인 K3 리그 경주시민축구단이었다. K3 리그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는 물론 세미프로 리그 형태의 실업 축구 내셔널리그의 아래에 있는 4부 리그 격의 대회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선수 생활에 대한 의지도 꺾였다. 강지용은 “선수 생활을 포기하려고 했다. K리그에선 선수로 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도 힘들었지만 K3 리그로 갈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강지용은 K3 리그에서 뛰면서 점차 타성에 젖었다. K리그 복귀에 대한 꿈도 서서히 잊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경기를 보게 됐고 수준이 높다고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과거를 곱씹으며 K리그 복귀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을 믿어 주는 부모를 생각하며 축구화 끈을 조였다.
 
생각이 바뀌자 모든 것이 달리 보였다. 강지용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훈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비롯해 체력 훈련,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또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개선해 나갔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바라봤다. 배우는 자세로 관찰하고 연구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강지용은 K3 리그에서 거의 전 경기를 출전하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K리그 챌린지 구단의 관심을 받았고 2014년 프로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나락에 떨어져 본 강지용은 안주하지 않았다. K리그 챌린지에서 자신의 가치를 뽐내기 시작했다. 2014년 30경기를 시작으로 2015년 34경기, 2016년 38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챌린지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K리그 최고 무대를 누빌 찬스를 잡았다. K리그 최정상급 모 구단을 비롯해 복수의 클래식 구단이 강지용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모 구단은 1년 동안 강지용을 지켜볼 만큼 관심이 컸다. 뒤늦게 영입전에 뛰어든 강원은 진심으로 강지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원은 “기업 구단이 주도하는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시도민 구단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뛰어넘겠다. 시도민 구단 최초로 정규 리그 3위를 통한 ACL 진출을 이룰 것이다”면서 “그 과정에서 너의 소임이 필요하다. 축구 인생에서 정말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해 보지 않겠느냐”고 강지용을 설득했다.
 
강지용은 “나를 원하는 팀들이 있었다. 강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자세로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강원이 설명하는 목표를 들으면서 일원으로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직 내 축구 인생에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강원에서 클래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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