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역대 최고령 金" 대반전…32살 107일에 '20년 묵은 기록' 깼다→올림픽 빼고 다 가진 '복식 여왕'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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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무려 111분을 버텼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 간판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중국) 조와 벌인 역대급 혈투 끝에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맥을 이었다.
특히 이소희는 32세 107일로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역대 최고령 챔피언에 오르며 금메달 이상의 새 역사까지 썼다.
세계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는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에서 류성수-탄닝 조를 2-1(26-28 21-18 21-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복식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건 2002년 부산 대회 라경민-이경원 조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직전 2022 항저우 대회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이소희-백하나는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른 끝에 마침내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꿨다.
동시에 이소희는 아시안게임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9일(한국시간) 배드민턴 통계 전문 '배드민턴랭크스'에 따르면 이날 만 32세 107일이던 이소희는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역대 최고령 우승자로 올라섰다.
종전 기록은 중국의 전설적인 복식 랭커 가오링(은퇴)이 보유했다.
가오링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7세 270일의 나이로 여자 복식 정상에 올랐다.
이소희는 무려 20년 묵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 자체도 아시안게임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배드민턴랭크스는 "이소희-백하나와 류성수-탄닝이 펼친 111분간의 혈투가 역대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결승 가운데 가장 길면서도 가장 치열한 승부였다"고 소개했다.
말 그대로 1시간 41분간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소희는 활짝 웃으며 "오늘은 120점짜리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너스레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은 오랫동안 '중국 천하'였다.
중국은 2006 도하 대회부터 직전 항저우 대회까지 최근 5차례 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여자 복식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한국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금맥이 완전히 끊겼다.
그 긴 갈증을 6살 터울의 이소희-백하나가 마침내 풀었다.
더욱이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이었다.
올해만 이소희-백하나에게 5연승을 거둔 '천적'이었다.
하나 흐름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바뀌었다.
이소희-백하나는 아시안게임 직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류성수-탄닝을 꺾고 한국 여자 복식에 31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그리고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의 금메달이 걸린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세계 1위를 또 한 번 넘어섰다.
과정은 처절했다.
중국은 경기 초반부터 힘을 앞세워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소희-백하나는 탄탄한 수비와 끈질긴 랠리로 맞섰다.
첫 게임부터 어느 한쪽도 좀처럼 달아나지 못했다.
듀스가 거듭됐다.
수차례 게임 포인트가 오간 숨 막히는 승부 끝에 한국은 첫 게임을 26-28로 내줬다.
금메달에서 한 걸음 멀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소희는 "흐름상 1게임을 가져와야 유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1게임을 내준 거 2게임을 빨리 가져와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할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판단은 정확했다.
2게임에서도 중국이 먼저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이소희의 예리한 네트 플레이로 거듭 균형을 맞췄고 백하나의 공격이 네트를 타고 넘어가면서 10-9로 승부를 뒤집었다. 곧이어 이소희의 대각 스매시까지 중국 코트 빈틈을 정확히 찔렀다.
16-13까지 달아난 한국은 중국의 거센 추격에 16-16 동점을 허용했지만 승부처 집중력에서 한발 앞섰다.
상대 공격이 연달아 라인을 벗어나고 네트에 걸리면서 다시 19-17로 달아났다.
막판 이소희의 서브 타점이 높았다는 폴트 판정까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1-18. 승부를 마지막 게임으로 끌고 갔다.
운명의 3게임은 기술보다 체력, 체력보다 정신력이 승부를 가르는 싸움이었다.
한국은 상대 범실을 연이어 끌어내며 5-2로 앞섰고 한때 10-6까지 격차를 벌렸다.
중국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공격 템포를 끌어올려 순식간에 10-11로 역전했고 이후 12-15까지 달아났다.
다시 벼랑 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소희-백하나는 버텼다.
백하나가 절묘한 네트 플레이와 날카로운 스매시로 중국 수비를 흔들었다. 한 점씩 따라붙어 기어코 16-16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긴 랠리에서는 상대 두 선수 사이 빈 공간을 정확히 찔러 17-16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미 코트 위 네 선수 모두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이소희는 "사실 네 명 가운데 제가 가장 먼저 허벅지 뒤에 쥐가 올라왔다. 간신히 버티면서 뛰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중국에 더 큰 변수가 발생했다.
류성수가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코트에 쓰러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해 의료진까지 투입됐다.
경기를 재개한 뒤에도 류성수는 계속 절뚝거렸다. 사실상 탄닝이 넓은 수비 범위를 홀로 책임져야 했다.
이소희-백하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18-18에서 연속 3점을 쓸어 담았다(21-18).
111분 대혈투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혔다.
이소희는 "중국 선수들에게 더 심하게 경련이 왔다. 우리가 잘 버텨낸 것 같다"고 했다.
백하나 역시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는 "3게임에서 역전하고 앞서갔던 건 아예 생각도 안 나고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뛰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점을 만들고 이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늘 너무 힘든 경기였는데 언니가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때려주고 많이 뛰어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금메달은 단순히 '24년 만의 우승'이라는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소희-백하나는 이번 대회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과 더불어 단체전 '필승 카드'로 꼽혔지만 8강과 준결승에서 연이어 패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 역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자신들의 패배가 팀의 금메달 도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책임감을 안고 개인전에 돌입했다.
그 무거운 마음을 견디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올해 5전 전패를 안겼던 세계 1위를 세계선수권 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연달아 쓰러뜨렸다.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여자 복식의 31년 묵은 갈증을 풀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4년 동안 막혀 있던 금맥을 다시 뚫었다.
특히 이소희의 이력은 이제 더욱 화려해졌다.
배드민턴랭크스는 이번 우승으로 이소희가 올림픽을 제외하고 선수 생활에서 도전할 수 있는 주요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었다고 조명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연이어 제패했다. 여기에 32세 107일로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까지 손에 넣었다.
하지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이소희의 마음 한쪽에는 여전히 동료들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개인전을 잘 마무리한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함께 열심히 준비한 다른 선수들과 코치님, 감독님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여전히 가슴 한쪽에 남아 있다"고 했다.
단체전의 아쉬움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웃어도 좋았다.
첫 게임을 26-28로 내줬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12-15까지 밀렸다. 허벅지에는 경련이 찾아왔다.
그 모든 위기를 111분 동안 견뎠다.
그리고 세계 1위를 무너뜨리고 24년 만의 금맥을 이었다.
100점을 목표로 코트에 들어간 이소희-백하나였지만 원점수는 그보다 높았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온 이소희의 최종 채점은 '120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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