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만두고 싶다" 월급 고작 224만원→10명 중 6명 정신건강 문제까지…전 세계 女 축구선수 49%가 조기은퇴 고민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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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전 세계 여자 축구선수 절반 가까이가 조기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어려움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였다. 선수 10명 중 6명 가까이는 정신건강 문제까지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 축구의 인기가 치솟고 산업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부 스타 선수에게 고액 연봉이 집중되는 사이 상당수 선수는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는 급여를 받으며 불안정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13일(한국시간) "전 세계 여자 축구선수의 약 절반이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며 "응답자의 57%는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발표한 '여자 축구 근로 환경 보고서(Working Conditions in Women’s Football)'를 인용해 여자 축구계의 열악한 고용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여자 축구선수 약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49%가 당초 계획보다 일찍 축구화를 벗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고 46%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가디언은 "2017년 이후 여자 축구선수의 평균 구단 급여는 3배가량 증가했지만 선수 간 임금 격차와 복지 수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FIFPRO는 많은 지역에서 여자 축구선수의 평균 급여가 해당 국가의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웃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수들이 손에 쥐는 돈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조사 대상 선수들의 평균 월급은 2601달러(약 349만 원)였다.
하지만 일부 고액 연봉자가 평균치를 끌어올린 결과였다. 전체 급여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중간값은 1669달러(약 224만 원)에 불과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사 대상자들의 이력이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었고 절반 이상은 대학 학위를 보유했다.
자국을 대표해 국제무대까지 누비는 선수들조차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급여를 제때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응답자의 76%만이 구단으로부터 월급 전액을 항상 정해진 날짜에 지급받는다고 답했다.
5%는 임금 지급이 3개월 이상 밀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고용 안정성 역시 취약했다. 소속 구단과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전체의 56%에 그쳤다.
구단이 제공하는 퇴직연금 혜택을 받는 선수는 고작 13%였다.
평균 계약 기간이 2017년 12개월에서 19개월로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상당수 선수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실정이다.
구단의 지원 체계도 허술했다. 선수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지원 인력이 배치돼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FIFPRO 여자축구 부문 책임자인 알렉스 컬빈은 이러한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컬빈은 "풍부한 자원을 확보한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불안정하고 취약한 환경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자 축구 산업이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전반을 놓고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여자 축구의 프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와 혜택이 전 세계 선수들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제도적 개선도 촉구했다.
컬빈은 "일부 국가의 선수들이 발전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규제와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급여와 시설, 지원 인력, 경기력, 선수 건강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단순히 축구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 돈을 버는 문제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과 첼시에서 활약한 베테랑 수비수 밀리 브라이트도 선수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4월 화려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던 브라이트는 FIFPRO 공식 채널을 통해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브라이트는 "선수들은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걸 조금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움을 감춘 채 그저 계속 경기에 나서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과 문화"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일관된 태도와 일상적인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축구가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화려한 흥행 성적표 뒤에 가려진 경제적 불안과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산업의 외형적 성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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