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우승 멤버로 여기까지 왔는데…LG는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도박을 했다, 가을되니 판돈이 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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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트윈스의 2026년이 정규시즌 144경기와 포스트시즌 4경기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우승 멤버가 건재한 가운데 기대되는 대안까지 풍부해 2년 연속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던 염경엽 감독이지만 우승 헹가래가 아닌 패장 인터뷰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LG는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에만 7실점하며 1-13이라는 큰 점수 차로 무력한 패배를 당했다. 1차전 1-5, 2차전 3-6에 이어 3차전을 크게 내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3번째 5판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3전 전패 탈락이다. 가장 업셋이 많았고, 싹쓸이 패배가 드물었던 시리즈에서 20점에 가까운 득실 차를 기록하며 힘의 차이를 체감해야 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LG는 매번 다른 라인업을 가동했다. 홍창기로 시작해 이재원으로, 다시 문성주로 우익수가 매일 바뀌었다. LG의 올해 고민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LG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선발 라인업 변화가 가장 적은 팀이었다. 이 기간 432경기에서 299가지 라인업이 나왔다. 올해는 144경기에서 126가지 라인업을 활용했다.
하지만 결과가 달랐다. LG는 정규시즌 3위였던 2024년에도 팀 OPS 3위(0.780)에 올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은 OPS 1위(0.769)다. 올해는 5위(0.752)로 떨어졌다. '타격의 팀' 색깔을 잃어버린 LG는 순위 싸움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선발 라인업이 다양해졌다는 것이 선수 기용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LG는 올해 정규시즌 개막전에 지명타자 문보경, 포수 박동원, 내야에 1루수 오스틴 딘과 2루수 신민재, 3루수 구본혁, 유격수 오지환, 외야에 좌익수 문성주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를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7월 이후 66경기 포지션별 최다 출전 선수는 지명타자 오스틴, 포수 박동원, 1루수 문정빈, 2루수 신민재, 3루수 구본혁, 유격수 오지환, 좌익수 송찬의,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오지환이었다.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문정빈과 송찬의가 두각을 드러내며 주전급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우승 멤버'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문제는 이 우승 멤버 가운데 시즌 내내 부진했던 이들이 여럿 있었다는 점이었다.
교체 선수 활용에서도 LG는 경직된 면이 있었다. 경기당 12.3명의 야수가 출전해 10개 구단 가운데 벤치 멤버 기용이 가장 적었다. 8월 25일 엔트리 확대 이후로도 경기당 12.4명의 야수가 출전했을 뿐이다.
LG의 안정 선호 선수 기용은 사실 '안정이라는 이름의 도박'이었다. 평균회귀 법칙을 믿고 살아날 때를 기다리며 판돈을 계속 밀어넣었다. 염경엽 감독은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던 2년 전에도 주전 위주 기용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6위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그랬다면 여러 사람이 자리를 잃었을 것"이라며 그 불가피성을 항변했다. 2024년에는 그 방법이 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 사이 선수들도 나이를 2살 더 먹었다. WBC 출전으로 시즌을 일찍 시작한 주전 선수들도 여럿이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험 많은 선수들을 신뢰했으나 순위는 오히려 4위로 후퇴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실적 없는 선수를 승부처에 기용할 수도 없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무릎 인대 손상을 안고도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고, 주전 2루수 신민재는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상태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돼 계속 벤치에서 대기해야 했다. 새 얼굴이라는 판돈이 떨어진 것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은 또 그들대로 한계를 드러냈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팀 전반적으로 이들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을 그저 큰 경기 경험을 쌓는 자리로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결과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는 것이 곧 경험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텐데 LG의 야구는 이분법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LG를 의식하고 한 말은 아니겠으나, KIA 2년차 주전 외야수 박재현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너무 막하면 안 된다. 나도 프로야구 선수고 한 팀의 주전이다. 무모하게 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것과 대조를 이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LA 다저스가 3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그러자 곧바로 '왕조 해체' 예상이 빗발치고 있다. 올해 다저스의 주전 라인업은 평균 30.9세였다. "다저스는 늙고 지쳐보였다. 운동 능력도 떨어진 것 같았다. 오랫동안 그들을 정의했던 날카로움마저 잃어버린 듯했다"(디애슬레틱)는 지적까지 나왔다. 올해 LG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이 그 다저스보다 나이가 많다.
이번 오프시즌은 실질적인 '염경엽 감독 2기'를 맞이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내년도 마찬가지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홍창기와 박동원이 FA 자격을 얻는다. 성장세가 뚜렷했던 이재원 송찬의 문정빈이 연속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유영찬의 복귀, 개막부터 함께할 고우석의 존재는 불펜에 큰 힘이 되겠지만 외국인투수라는 큰 변수가 남아있다.
안정을 지향했던 벤치의 색깔이 내년에도 유효하다면, 이제는 무엇이 '안정'인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탈락 후 "준비에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며 "더 절실하게, 더 노력하는 야구로 선수 개개인의 성장이 이뤄져야 팀이 결과를 만들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마무리 훈련부터 절실한 야구, 노력이 뒷받침되는 야구를 통해 내년엔 더 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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