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金 따고 '군대 안 간다' 환호…결국 국감서 "병역특례 폐지" 촉구→유승민 회장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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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의 경솔한 언동이 거센 비판을 받은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군 면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병역특례 제도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피눈물 나게 연습하는데 (일부) 프로스포츠 선수는 사익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군 면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회장은 "일부 프로선수들 때문에 전체 프로선수들의 혜택이 박탈되는 것에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병역특례 폐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병역 혜택뿐 아니라 선수들이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국군체육부대 입대 기회가 종목에 따라 지나치게 차이 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윤 의원은 "병역 혜택이 논란이 된 가운데 한편에서는 병역을 이행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기회인 국군체육부대에 들어갈 기회는 종목에 따라 달라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군체육부대에 배정되는 하계종목 선수 정원은 24개 종목 322명인 반면, 동계종목 선수 정원은 1개 종목에 4명"이라며 "이 정도 격차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논란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직후 병역 혜택을 강조하는 발언과 행동을 보이면서 불거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남자축구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지나치게 부각하면서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기혁(강원FC)은 금메달 획득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양민혁(베스테를로)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그는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승수는 금메달 획득 이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비판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우승의 의미보다 병역 혜택을 앞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축구 팬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손흥민(34·LAFC)과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두 선수 역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지만 금메달 획득 직후 보여준 태도는 이번 대표팀 일부 선수들과 사뭇 달랐다.
이강인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던 이강인은 병역 부담을 덜면서 유럽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는 스페인 라리가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강인은 우승 직후 병역특례와 관련한 질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실 병역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며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 데 더 편해진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인 만큼 따로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뛴 경기에서 처음 우승해 저에게 더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 됐다. 앞으로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병역 혜택보다 국가대표로서 이룬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끈 손흥민은 병역특례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우승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사실 그런 것보다 여긴 우승하러 간 대회고, 그런 거를 저는 항상 목표로 했고, 선수들한테도 그런 거를 제일 먼저 얘기해 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손흥민과 이강인 모두 병역 혜택이 선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금메달의 기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병역특례를 앞세우기보다 태극마크의 무게와 동료들이 함께 일궈낸 성과를 먼저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과 대비된다.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으로 촉발된 병역특례 논쟁은 정치권으로도 빠르게 번졌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예체능 병역특례 제도의 근본적 개편 논의를 책임 있게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선수 개인의 언행보다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가 병역을 보상으로 걸었으니 선수가 그것을 보고 뛰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낡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을 세계에 알릴 길이 마땅치 않던 시절에는 메달 하나가 곧 국가 홍보였고, 그 시절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세계는 K-팝, K-드라마,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로 한국을 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이행 사례도 거론했다.
나 의원은 "세계 무대에서 국위선양을 누구보다 크게 한 BTS도 병역을 이행했다"며 "이제 국위선양이라는 명분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역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현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재정립하고, 단 한 차례 입상만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병역특례 제도 재검토에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며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의 발언이 가관이다. 군대가 혐오시설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군 복무 도중 부상한 장병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며칠 전 서부전선에서 북한의 지뢰로 군장병이 발목을 잃었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위험 지역을 수색하다 다친 참변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희생을 두고 해야 할 말"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계기로 병역특례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하는 데 대한 반론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금메달 딴 선수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에 앞서, 이때다 싶어 일부 선수들의 어리숙한 행동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모 의원의 '갈라치기 정치' 참으로 낯뜨겁다"고 비판했다.
병역특례 논란과 별개로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체육계 운영 전반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등에서 투수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 차명주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차 이사가 취임한 뒤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스포츠사이언스랩이라는 회사에 용역 사업을 몰아줬다"며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해당 업체가 네 개의 사업을 따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지원 부족을 꼬집었다.
김 의원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 선수촌의 선수 회복 시설 건립 예산 1억2500만원을 신청했는데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국제대회에 나가 국위를 선양하자고 하는데 장애인이니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특례 제도는 오랫동안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동기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일반 청년들과의 형평성, 종목별 혜택의 불균형, 국위선양이라는 제도적 명분의 유효성 등을 둘러싼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발언이 논란에 불을 붙였고, 정치권의 제도 개선 요구가 국정감사장까지 이어졌다.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에서 시작된 파장이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제도 전반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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