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80억 유격수 존재감인가… 깃발 아래 두산-KIA 뭉치다니, 이런 선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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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겨울은 저연봉 선수들에게 유독 추운 시즌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칼바람까지 부는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훈련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고액 연봉자는 추운 한국을 떠나 따뜻한 해외를 찾아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실내에서 하는 훈련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따뜻한 곳에서는 야외에서도 훈련을 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이라고 해도 효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체류비가 많이 들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래 들어서는 조금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이 저연차 선수들을 데리고 해외 미니 캠프를 차리는 것이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에게 더 좋은 훈련 여건을 만들어주려는 ‘대단한 선배’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광현(SSG)은 매년 6~8명씩의 후배들을 데리고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리고 있다. 후배들은 특별히 비용을 걱정할 게 없다. 김광현도 부담되는 비용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흔쾌히 사재를 털었다.
대다수 이런 선배들은 고액 연봉자임은 물론, 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베테랑 선수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총액 80억 원(보장 78억 원·인센티브 2억 원)의 계약을 한 박찬호(31)는 그렇지 않다. 막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아니, 두산 유니폼이 아직 낯설기만 한 선수일지 모른다. 팀 내 선·후배들과 유대 관계를 쌓는 시간도 필요한 선수다.
그런데 그런 박찬호가 두산 후배들을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팀 내 후배들의 체류비를 대주며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박찬호와 두산 후배 4명은 지난 3일 오키나와로 출국해 구시가와 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훈련을 진행하며 캠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
올해 F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였던 박찬호는 비교적 일찍 FA 계약을 마쳤고, 두산의 시즌 결산 팬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곰들의 모임’에도 참가해 팬들에게 일찍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당시 박찬호는 몇몇 후배들에게 개인 훈련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며 자원자를 받았다. 아직 낯선 후배들이지만, 박찬호가 먼저 용기를 내 손을 내민 것이다.
이에 박치국 오명진 박지훈 안재석이 박찬호 주도 캠프에 속속 합류했다. 투수 박치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명의 선수는 모두 내야수들이다.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로, 이미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박찬호를 따르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캠프는 오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진행하고, 오후에는 가벼운 기술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키나와도 1월은 더운 날씨가 아니지만, 야외에서 가볍게 훈련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날씨다. 내야수들이 많다 보니 훈련 효율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박찬호는 “구단이 내게 투자한 금액에는 그라운드 밖에서 후배들을 챙기는 몫까지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먼셔 “아직까지는 내가 낯설 수도 있는데 흔쾌히 동행해 준 후배들과 몸을 잘 만들고 있다. 지금의 시간이 내 개인 성적은 물론 두산 내야가 탄탄해지는 데 어떻게든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번 캠프를 주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팀을 위한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다.
캠프에 참가한 오명진은 “(박)찬호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함께 운동해 온 사이가 아님에도 팀에 합류하자마자 좋은 기회를 주셨다”면서 “같이 잘 준비해 올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또, 나중에 우리가 더 훌륭한 선수가 됐을 때 후배들을 데리고 이렇게 동계 훈련을 챙기고 싶다”고 감사함과 각오를 드러냈다.
이 캠프가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박찬호의 전 소속팀인 KIA 선수들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내야수 박민과 외야수 박정우도 캠프를 함께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정우는 박찬호가 KIA 소속 당시 절친했던 후배 중 하나고, 박민은 박찬호의 후계자 중 하나로 거론되며 박찬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후배이기도 하다. ‘다구단 캠프’가 다소 어색할 법도 하지만 상당수가 내야수들인 만큼 서로가 서로를 배우며 자극도 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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