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명타자 싫어요… KIA 타자들은 온몸으로 거부하는 중, 이범호에 즐거운 고민 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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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는 지난해까지 지명타자 자리가 사실상 고정되어 있었다. 베테랑 최형우(43·삼성)의 자리였다. 최형우는 전성기 당시에는 좌익수로도 상당 부분 뛴 선수지만, 마흔이 넘어가면서 수비까지 나가기는 부담스러웠다.
보통 팀들은 고정 지명타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도 가끔씩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가 체력을 안배할 필요가 있는데 한 명이 고정되면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 이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형우가 고정 지명타자로 뛸 수 있었던 것은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공격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KIA 타순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최형우의 공백은 너무 크지만, 그나마 한가닥 위안이 지명타자를 돌려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KIA에는 올해 만 37세인 나성범 김선빈이라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다. 지명타자 자리에서 한 번쯤 숨을 골라야 할 나이들이고, 게다가 근래 하체 부상이 잦아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지난해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망친 김도영도 관리 대상이다.
실제 올해 KIA는 나성범 김선빈 김도영이 번갈아가며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섰다. 이런 로테이션이 부상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다만 대다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KIA의 해당 선수들도 지명타자에 들어가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수비를 하면서 경기 리듬을 유지하고, 타석에서의 안 좋았던 부분을 빨리 망각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KIA 선수들은 온몸으로 지명타자를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수비력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를 지명타자로 넣는 경우가 많을 텐데,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을 철저하게 만들며 확실하게 가벼워진 느낌을 주고 있다. 김선빈 나성범 모두 지난해보다 수비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고, 더 힘차게 스타트를 끊고 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김도영 또한 아직 조심스럽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몸 상태는 좋다고 자신한다.
나성범은 지난해 하체의 부담 때문에 과감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선수였다. 내야와 외야 사이에 뜨는 뜬공에 제대로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필라테스 기법을 가미하는 등 몸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수비에 나가서도 확실히 더 넓은 범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처럼 굼뜬 모습이 사라졌다.
나성범은 지난해 수비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원래 수비도 잘하는 선수였는데 지난 1~2년의 모습 때문에 평가절하된다는 아쉬움이었다.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고했고, 실제 그런 양상이 보인다. 이범호 KIA 감독은 “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 움직임에 있어서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좁은 수비 범위는 몸 상태에 부담을 느낀 심리적인 요소가 강했는데 스스로 몸에 확신을 가지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김선빈은 혹독한 감량이 이미 오프시즌 당시부터 화제가 됐었다. 그 효과가 시즌 시작부터 나타나고 있다. 수비의 좌우 폭이 확실히 넓어졌고, 슬라이딩 캐치나 점프 캐치의 경쾌함까지 생겼다. 후속 동작 또한 빨라졌다. 김선빈 스스로도 지난 몇 년보다 확실히 수비적인 몸놀림이 좋아졌다고 자신할 정도다. 지금까지의 수비력은 다른 팀 2루수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김도영도 20경기까지는 최대한 조심하며 적응 기간을 거치겠지만, 그 이후로는 큰 제약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다. 김도영 또한 “지금은 아껴 쓰고 있는 중”이라면서 향후 전력 질주를 다짐했다.
이 감독은 “성범이도 그렇고, 선빈이도 그렇고 올 시즌은 지명타자와 수비를 번갈아가며 나가겠지만, 본인들은 수비에 더 많은 생각을 가진 유형들”이라면서 “게임을 더 하고, 20경기 정도만 넘어가면 선수들의 몸이 다져지고 그때부터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이 확실히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은 KIA지만, 이들의 건강은 기대를 모을 만한 자격이 있다. 이범호 감독이 ‘수비 때문에 지명타자를 넣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수록 KIA의 시즌 전망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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