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학→두산 육성 입단→방출→롯데 새출발…데뷔 9년 만에 빛보나? "야구 오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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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승환 기자] "야구 오래하고 싶습니다"
사연이 없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은 선수가 있다. 바로 현도훈이다. 현도훈의 야구 인생은 다사다난했다. 신일중을 졸업한 뒤 한국이 아닌 일본 교토국제고에서 야구의 꿈을 이어갔으나,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는 큐슈쿄리츠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도훈은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2017년 독립릭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커리어를 이어갔고, 2018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3년 뒤 다시 두산과 연이 닿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중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기회가 왔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르다. 현도훈은 지난달 20일 울산 웨일즈를 상대로 퓨처스리그 개막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첫 승을 수확하는 등 2군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95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좀처럼 1군의 부름은 없었다. 현도훈의 등판 시기와 1군의 콜업 타이밍이 늘 엇갈렸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현도훈은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 2군을 상대로 등판한 뒤 14일 드디어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겻다.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롯데 선발 제레미 비슬리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변수가 발생했는데, 이때 현도훈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몸을 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도훈은 3⅔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와 4사구도 허용하지 않는 등 2피안타 무실점을 마크했다. 한화를 상대로 패배하는 순간 롯데가 손에 얻은 유일한 수확이었고, 2군에서의 성과가 1군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은 "현도훈이 나랑 안 맏는 것 같다. 두산 시절에도 1군만 올라오면 허우적대더라. 그런데 어제(18일)는 베스트 구속을 안 던지고, 강약 조절을 하더라. 제구도 좋고, 바깥쪽 직구를 보여줄 때도 굉장히 좋은 공이 들어가더라. 타이밍을 뺏아가면서 차분하게 잘 던지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해 첫 퓨처스 등판에서 "쓰레기를 많이 주워서, 운이 잘 따르는 것 같다"고 했던 현도훈은 2년 만에 올라온 1군 무대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후 "여전히 열심히 줍고 있다"며 "1군에 올라오면 긴장하고, 흥분하고 그러기 때문에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처럼 던지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2군에서도 1군에서도 시작이 좋다. 현도훈은 "재작년 등판이 마지막이었는데, 느낌이 색다르더라. 정말 기계처럼 던진 것이 잘 됐던 것 같다.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갔을 때 불펜 소모가 많아지는데, 길게 던지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며 "김태형 감독님과 8년 정도 같이 있었는데 '나이스피칭'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기뻐했다.
특히 현도훈은 김태혁(개명전 김상수), 구승민, 박시영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으며, 마음가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예전에는 강한 볼, 베스트 볼을 많이 던지려 했는데, 그건 좋지 않은 쪽으로 욕심이었던 것 같다. 삼진 욕심, 스피드 욕심을 내지 않고 정말 기계처럼 하려고 한다. 편하게 하려다 보니, 감정을 배제하고 던지기 위해선 내 마음이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현도훈의 목표는 남들과 다르다. 1군에 오래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야구를 오래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다. "목표는 없다. 그냥 야구를 많이 하고 싶다. 어디에 있든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오래 하고 싶습니다"라며 "첫 단추를 잘 뀄는데, 두 번째 단추도 잘 꿰고 싶고, 쓰레기도 많이 줍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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