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REVIEW] '북한에 설욕 실패' 지소연 PK 실축+전반 골대 2번...수원FC, 내고향축구단에 1-2 역전패 → AWCL 결승행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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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아침부터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포수 같은 폭우가 몰아쳤지만, 역사적인 남북 혈투를 향한 축구 팬들의 뜨거운 집념을 꺾을 수는 없었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 초입부터 이번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무대에 생존한 네 팀의 대형 엠블럼이 위용을 자랑하며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개최국 이점을 안은 수원FC 위민을 필두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 멜버른 시티(호주), 그리고 평양에서 내려온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로고가 본부석 정면에 나란히 배치되어 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임을 실감케 했다.
북한 성인 여자 스포츠 클럽이 공식 대항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격 방남한 사례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최초의 사건이다. 국가대표팀 기준으로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의 남측 방문인 만큼, VIP석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눈길을 끌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정몽준 전 회장 등 축구계 수뇌부는 물론이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직접 현장을 찾아 특별한 매치를 관전했다.
장외에서는 민간 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북민협, 민화협, 시민평화포럼, 자주평화통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 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대규모 응원단을 꾸렸다. 이들은 사전 배포한 성명을 통해 "내고향의 방한을 뜨겁게 환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축제의 성공과 여자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밀성 가득한 힘을 보태겠다"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들의 실체는 중립적인 공동 응원단이라기보다 철저하게 내고향을 지지하는 원정 서포터즈에 불과했다. 관중석에 도배된 현수막의 태반은 "내고향 응원합니다"라는 일방적인 문구였다.
장외의 기묘한 분위기와 달리 그라운드에서는 수원FC의 축구가 내고향의 기세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주심의 킥오프 휘슬과 동시에 예상을 깨고 수원FC가 완벽하게 주도권을 틀어쥐며 맹공을 퍼부었다.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미끄러운 수중전의 악조건 속에서도 수원은 우측 날개 윤수정의 파괴력 넘치는 기동력을 앞세워 내고향의 왼쪽 측면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포문은 시작 1분 만에 열렸다. 최전방에서 밀레니냐를 맞고 흐른 세컨드 볼을 한다인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전력으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리며 내고향의 골문을 위협했다. 수원FC의 파상공세에 당황하던 내고향도 전반 4분 기습적인 카운터어택 한 번으로 수원의 골망을 가르며 반격하는 듯했으나, 부심의 깃발이 명확하게 들리며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긴 수원FC는 더욱 무섭게 고삐를 죄었다. 전반 20분 결정적인 선제골 찬스를 잡았으나 끝내 골대의 불운에 울어야 했다. 측면을 완전히 허문 칼날 크로스를 쇄도하던 하루히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골포스트를 강하게 강타하고 튕겨 나갔다.
수원의 골대 잔혹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반 29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밀레니냐가 시도한 감각적인 슈팅마저 또 한 번 골대를 맞고 나오며 홈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전반 38분 윤수정의 결정적인 헤더도 상대 박주경 골키퍼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수원FC는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지독했던 영의 균형을 깨뜨린 것은 후반 시작 4분 만이었다. 내고향의 진영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던 수원FC는 골키퍼와 최후방 수비수가 수중전 볼 처리 과정에서 서로 사인을 미루며 머뭇거리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하루히가 발로 밀어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수원FC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0여 분 뒤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내고향에 뼈아픈 동점 골을 허용했다. 키커 리유정이 문전 깊숙이 띄워준 프리킥 크로스를 박예경이 머리로 받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육안으로는 명백한 오프사이드 위치로 보여 즉각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됐으나, 심판진은 원심을 유지해 득점을 인정했다.
동점골과 함께 내고향의 끈질긴 추격이 장대비 속에서 수원FC를 점차 괴롭히기 시작했다. 선전하던 수원FC의 골망이 후반 21분 재차 열렸다. 밀레니냐가 잘못 걷어낸 볼이 하필 내고향 공격수 김경영에게 걸리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수원FC에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왔다. 후반 30분 한다인이 상대 문전에서 걸려 넘어진 장면을 두고 VAR과 온필드 리뷰가 이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수원FC는 주장인 지소연에게 키커를 맡겼다. 가장 믿을 만한 카드였는데 지소연의 슈팅은 골키퍼 방향을 잘 속였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그렇게 수원FC의 마지막 힘은 빠졌다. 남은 시간 내고향 진영에서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으나, 동점골에 실패했다. 조별리그에서 0-3으로 패한 아픔을 안방에서 극복하려던 수원FC의 도전은 끝내 1-2 패배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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