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시티와 마지막 1년, 무릎 수술로 여름 이적시장 주도권 잃다

▲ 스완지시티와 이별을 고민해 온 기성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기성용이 9월 중순에는 뛸 수 있을 것이다. 6월 중순 시행한 무릎 수술 후 보통 회복까지 세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폴 클레멘트 스완지시티 감독의 지난 7일 발언에 따르면 올여름 이적시장에 기성용(28, 스완지시티)의 이적은 없다. 클레멘트 감독은 영국 언론 ‘웨일즈 온라인’과 인터뷰를 통해 기성용이 자신의 계획 안에 있는 선수라는 점을 밝혔다. 


“지난시즌 마지막 4~5경기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가 좋은 경기력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기반으로 도움을 줬다. 올시즌에도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는 좋은 축구선수다. 전형적인 스완지시티 선수라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기성용은 지난 2016-17시즌 두 명의 감독이 경질되서 부상까지 겹치는 와중에도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는 활약을 펼쳤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 같은 선수를 필요로 한다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클레멘트 감독의 축구는 투톱을 지원하는 중원의 밀도가 중요하다. 측면 공격은 풀백이 맡는다. 스완지시티는 성공시대는 브랜든 로저스 감독 재임 기간 구축한 패스 플레이에 기반했다. 클레멘트 감독도 ‘스완셀로나’라는 별명을 얻던 시절의 성공 모델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기성용은 볼 관리 능력과 배급력을 중시하는 현 전술 구조에서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다. 스완지시티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미드필더 중 수비력에 특화되어 있던 잭 코크를 번리로 보내고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카나리아의 차비’로 불리던 로케 메사를 영입한 것은 클레멘트 감독의 의지를 보여준다. 중원 지배력의 강화다.


기존 주전 미드필더인 톰 캐롤과 르로이 페르, 기성용 등이 건재한 가운데 메사가 왔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미드필더 보강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스완지시티 내 기성용의 상황과 관련이 없지 않다. 직접적으로는 2선 공격의 핵심인 길피 시구르드손의 에버턴 이적에 대비한 보강이지만, 영입 제안을 한 선수들의 포지션과 장점이 기성용과 겹친다.


‘웨일즈 온라인’은 스완지시티가 유스팀 출신 미드필더 조 앨런(27)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일즈 국가대표로 유로2016 4강을 이끈 앨런은 ‘웨일즈의 차비’로 불리며 로저스 감독 시절 스완지시티의 중원 리더로 활약한 선수다. 볼 소유와 경기 조율, 스루패스와 공격 가담 능력이 우수하다.


앨런은 2012년 여름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1,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남겼다. 2016년 여름에 1,300만 파운드에 스토크시티로 이적했는데, 리버풀에서 네 시즌동안 넣은 골보다 많은 6골을 리그에서 넣으며 전성기를 회복했다.


스완지시티가 앨런 영입을 추진한 것은 에버턴과 리그 개막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마크 휴스 스토크시티 감독이 “제안을 받았지만 팔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인정해 사실로 드러났다. 스완지시티는 2,000만 파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완지시티는 허더스필드타운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끈 덴마크 출신의 젊은 미드필더 필립 빌링(21)에 접근 했다. 빌링은 198센티미터의 장신에 힘이 좋고, 중장거리 패스과 경기 조율 능력이 장점이다. 앨런과 마찬가지로 기성용의 직접적 포지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선수다. 스완지시티는 1,000만 파운드를 제시하려했는데, 빌링이 소속팀과 2020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몸값이 더 오르게 됐다.


▲ 기성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적생 로케 메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구르드손이 남길 이적료로 기성용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다


스완지시티는 시구르드손이 나가더라도 투톱을 강화하고, 기존의 웨인 라우틀리지, 루시아노 나르싱 등을 활용해 공백을 메울 생각이다. 윌프리드 보니 재영입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메사가 시구르드손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시구르드손이 남길 이적료는 5,000만 파운드 가량으로 추산되며, 이적이 성사될 경우 스완지시티는 앨런이나 빌링 영입에 더 많은 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스완지시티는 시구르드손이 나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성용이 나갈 상황에 대해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 기성용은 2017-18시즌을 끝으로 스완지시티와 계약이 만료된다. 스완지시티는 지금 연장 계약을 맺지 않으면 내년 여름 기성용을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줘야 한다. 


기성용의 재계약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4년 여름 유벤투스, 2015년 여름 아스널의 제안을 받았으나 스완지시티가 거액의 이적료를 요구해 이뤄지지 못했다. 올초에는 중국슈퍼리그 클럽으로부터 거액의 제안을 받았으나 고심 끝에 거절했다. 꾸준히 스완지시티와 결별 가능성이 존재해 왔다.


기성용은 2016-17시즌을 치르며 전환점을 맡기 위한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알려왔다. 지난달 25일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여로모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이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유이적 선수가 되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 부상 중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가중된 딜레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남은 계약은 1년, 선택의 기로에 선 기성용


문제는 스완지시티가 기성용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 영입에 성공하고, 기성용이 연장 계약없이 스완지시티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경우 출전 기회를 부여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팀에서 뛸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성용의 포지션에는 주장 리온 브리턴도 건재한 상황이다.


부상 회복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일정에 합류하는 것도 클레멘트 감독의 전술과 팀 조직 안에 녹아드는 데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의 위기 상황 속에 신태용 신임 감독은 경기를 못 뛰더라도 주장 기성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기성용이 무릎 수술로 스완지시티의 프리시즌 일정도 소화하지 못한 채 리그 일정을 맞이하게 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스완지시티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에서 않더라도, 스완지시티는 중원 보강이 필요하다. 9월 중순에야 경기에 뛸 수 있는 기성용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활용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전반기를 잘 치르기 위해 미드필더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성용 입장에선 당장 올여름 이적시장에 팀을 바꾸는 게 이상적이다. 문제는 그가 무릎 수술로 회복 중이라 그를 간절히 원하는 팀이 있는게 아니라면 메디컬 테스트 등의 문제로 이적 추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스완지시티는 이미 기성용의 대안을 찾고 있고, 기성용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 2017-18시즌을 스완지시티에서 보낼 경우, 기성용은 ‘FIFA월드컵 러시아 2018’에 실전 감각이 현저히 떨어진 채 나설 수 있다. 기성용은 출전할 수 없는 대표팀 경기 합류를 포함해 8월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확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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