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혁(오른쪽)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류지혁(23, 두산 베어스)이 또래 선수들과 함께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류지혁은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 팀에 승선했다. 멀티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쟁쟁한 두산 내야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멀티'가 꼭 필요했다. 류지혁은 "나는 아직 유격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야수라 생각한다"며 어느 자리에서든 팀이 필요할 때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늘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 적응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유격수는 김하성(22, 넥센 히어로즈)의 벽이 높았고, 2루수는 박민우(24, NC 다이노스)가 버티고 있었다. 선 감독은 "키스톤콤비는 김하성-박민우 고정"이라고 밝혔다. 자연히 류지혁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1루와 3루를 노려야 했다. 

1루수 미트까지 준비하며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국내에서 3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는 동안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사이 1루는 하주석(23, 한화 이글스), 3루는 정현(23, kt 위즈)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덤덤했다. 류지혁은 "어느 포지션이든 준비하고 있다 뛰는 게 두산에서 내가 늘 하던 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대표 팀에서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내가 방망이나 수비에서 어떤 걸 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올 겨울에는 '내 스타일'을 확실히 찾아야 하고,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룸메이트인 박건우(27)는 류지혁이 덤덤해 해도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대표 팀에 갔을 때는 벽이 높은 선배들이 많이 계셨는데, (류)지혁이나 (장)승현이는 또래들이랑 하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다.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못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거 같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이야기해줬다. '형은 네 나이 때 그런 자리는 꿈도 못 꿨다. 힘 내고 하고 와라. 나라를 대표 해서 가는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응원했다. 다치지 말고 잘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류지혁은 16일 한일전에서 그동안 마음의 짐을 더는 타격을 펼쳤다. 4-4로 맞선 연장 10회 승부치기 1사 1, 2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맞추는 적시 2루타를 날리며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0회말 불펜이 버티지 못하면서 7-8로 패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선 감독은 경기 후 "연장 승부치기에서 먼저 3점을 내고 일본에 역전을 허용했는데, 선수들에게 졌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해줬다. 젊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경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류지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배우면서 "다음 시즌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전에서 나온 안타 하나는 류지혁의 미래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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