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 남측 출입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울산, 한준 기자]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은 거대한 야외 키즈카페 같았다. 전북 현대와 경기는 12일 저녁 7시에 킥오프할 예정이었지만, 이른 오후 시간부터 문수축구경기장 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거대한 호랑이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모양의 남측 관중석 입구를 통과하면 에어바운서, 트램펄린, 어린이용 레이싱카 등 아이들의 놀거리가 풍부했다.

울산 현대 홍보 관계자는 "올해 홈 관중이 늘었다. 성적도 좋아졌지만 중고등학생 팬들은 물론 가족 단위 팬들이 늘어났다. 피부로 체감될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경기 시작 두 시간을 앞두고 둘러본 경기장 주변 풍경은 울산문수축경기장이 울신 시민들이 여유롭게 주말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명소가 된 듯 했다.

대부분의 월드컵경기장은 주변에 큰 공원과 광장이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모여든 인파 중 상당수가 K리그 경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아이들의 놀거리를 풍부하게 준비해 가족 단위 팬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 미니언즈X울산 팝업 상점도 성황이었다. ⓒ한준 기자
▲ 울산현대 리틀프렌즈가 사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한준 기자


울산은 문수축구경기장에 자리를 잡은 뒤로 전력이 좋고 경기력은 좋지만 그에 비해 관중 동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울산은 성적도 오름세지만 관중 동원에 의미있는 실적을 남기고 있다. 

공휴일에 열린 지난 3월 1일 수원삼성과 개막전에 1만 3,262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시즌 첫 번째 패배를 당하기는 했으나 주말에 처음 열린 지난 4월 28일 성남FC와 홈 경기에도 1만 2,215명의 유료 관중을 동원했다.

금요일 밤에 열린 제주전(6,602명)의 관중수도 이전 울산의 평일 경기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4월 2일 화요일 저녁에 열린 서울전(3,843명)만 관중수가 저조했다. 4월 28일 경남전은 일요일 오후 4시에 열렸고, 1만 8,434명이 몰렸다. 이날 울산은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었고, 본격적으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을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파크처럼 꾸몄다.

선두 쟁탈전인 전북과 12일 대결에는 사전 예매 시즌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요일 저녁 7시로 경기 시간이 잡혀 관중들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지만 1만 1,021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주말 홈 경기는 최소 1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의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는 울산현대 유소년 축구교실 리틀프렌즈 소속 아이들의 사전 경기다. 프로 선수들이 누비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사전 신청으로 기회를 얻은 울산 현대 리틀프렌즈 유소년 선수들의 오프닝 미니 게임이 열린다.

이 경기로 프로 경기 현장을 경험한 아이들은 워밍업을 위해 입장하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퇴장한다. 프로 선수를 지망하는 프로 산하 유소년 팀 아이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리틀프렌즈는 취미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포함된  초등학생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 스폰서 행사도 슈팅 이벤트로 구성한 울산현대 ⓒ한준 기자
▲ 레이싱을 즐기는 아이들 ⓒ한준 기자


울산문수축구장의 메인 이벤트는 축구다. 하지만 킥오프부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까지 두 시간만으로 가족팬들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다. 아이 포함 3인 가족 기준으로 입장권만 3만원을 투자해야 하고, 먹거리 등에 쓰는 돈이 저지 않다. 무엇보다 소중한 주말 휴일 하루를 보낼만한 가치를 줘야 한다. 

물론,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승리가 수반되어야 경기장 밖 이벤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루한 경기, 매번 지는 경기라면 팬들의 발걸음이 끊길 수 밖에 없다. 울산은 선수단 투자와 경기력 발전, 경기장 이벤트 확대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전북전 결과로 울산은 팀 당 한 경기씩을 치른 1차 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1위에 올랐다. 1만 1천여 관중이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향해 "잘 가세요~!"를 합창했다. 울산의 '호랑이굴'에 축구의 봄이 찾아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울산, 한준 기자

▲ 울산의 승리를 기뻐하는 팬들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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