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4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한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9-0 승리를 거두면서 3위를 확정 지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오는 7일 목동 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다툰다.
5일 현재 두산의 로스터에 등록된 투수는 12명. 이 가운데 7명이 좌완이다. 주목할 내용은 7명 모두가 국내 선수라는 점과 이 가운데 5명이 올 시즌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두산의 뒤를 잇는 팀은 6명인 SK인데 이들 가운데 선발투수는 김광현과 크리스 세든 뿐이다.
두산이 올 시즌 3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는 좌완들의 힘이 매우 컸다. 두산은 지난 겨울 장원준을 FA로 데려오면서 막강한 선발진을 갖췄으나 더스틴 니퍼트와 유네스키 마야가 각각 부상과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불펜까지 연일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러나 장원준과 유희관 원투 펀치가 굳건히 선발진을 지켰고, 혜성처럼 새 얼굴들이 등장하면서 두산 투수진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5선발로 낙점 받았던 진야곱이 다소 기복 있지만 스윙맨 임무를 하면서 부진하던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을 메웠다.
지난 6월에는 허준혁이 가세했고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활약을 펼쳤다. 6월 13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치른 올 시즌 첫 선발 마운드에서 6이닝 무실점 눈부신 호투로 따낸 데뷔 첫 선발승을 시작으로, 롯데 자이언츠와 KIA전에서도 연이어 완벽한 공을 던졌다. 3경기에서 2승과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하면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불펜에서는 이현승과 함덕주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지난 6월 부상에서 돌아온 이현승은 7월부터 무주공산이던 두산 마무리를 맡아 단단한 뒷문을 구축했다.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기복 없는 공을 던졌고 9월에는 9경기에서 7세이브 평균자책점 1.64을 기록했다. 집단 마무리 체제였던 두산은 이현승이 마무리로 자리 잡으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함덕주도 이현승 못지않게 불펜 안정에 크게 이바지했다. 함덕주는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시즌 초반부터 두산 불펜에서 기회를 받았다. 초반에는 제구 불안으로 기복이 있었으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제구 안정과 함께 한 단계 발전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7월 한 달 간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고 8월과 9월에는 2점대로 낮췄다. 필승조에 자리 잡으면서 출장 횟수도 많아졌지만, 구위는 떨어지지 않고 더 좋아졌다. 16홀드 평균자책점 3.65로 두산에 없어선 안 될 필승 계투가 된 함덕주는 포스트시즌 맹활약도 예고하고 있다.
4일 경기에서 시즌 6승을 챙긴 이현호는 두산의 미래 에이스로 주목 받고 있다. 구원으로 42경기 나섰던 이현호는 선발 기회를 부여 받자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24살답지 않은 담력과 정면 승부가 돋보인다. 최근 선발 마운드에 오른 3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이현호의 자책점은 단 1점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물론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활약이다.
이들의 가치가 더 높은 이유는 함덕주를 제외한 모두가 군필이라는 사실이다. 좌완 7명의 평균 나이는 26.5세로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는 32세 이현승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전력 누수 없는 마운드를 운용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의 활용 폭도 넓힐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어린 투수들은 시즌을 치를수록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의 성격이 짙다.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로 이어지는 왕조 계보는 투수진의 활약이 받쳐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선수를 '울며 겨자먹기'로 기용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올 시즌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두산 좌완들은 실력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젊고 막강한 투수 전력을 보유한 두산의 오늘과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이현호, 허준혁, 함덕주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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