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외국인 듀오의 뛰어난 활약.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맹타까지. 페넌트레이스 9위가 이미 확정된 시즌 마지막 경기.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다. 2015시즌 마지막 경기. LG 트윈스가 올해 마지막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LG는 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헨리 소사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4번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4안타, 젊은 포수 유강남의 2안타 2타점에 힘입어 4-2로 이겼다. LG의 시즌 최종 전적은 64승2무78패. 2013~2014년 2년 연속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던 LG는 다시 고꾸라졌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탄생한 이후 LG는 꾸준히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외치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모았다. 그러다 2003년부터 2012시즌까지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걸었다. 인기가 많은 팀인 만큼 뒷이야기도 많았다. 2000년대 초중반 프랜차이즈 스타 홀대 전례도 있었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신예들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실적으로 돌아오지 않자 날 선 비난으로 바뀌기도 했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온갖 루머가 무성했다. 직접 만나 본 LG 선수들 중에는 건방지기보다 오히려 유순하고 착한 선수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구단 수뇌부, 그리고 팬들은 젊은 선수들의 두각을 바랐다. 그리고 기대했던 선수 중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다만 그 모습이 오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 2011년 병마로 소천한 고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팀 감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암흑기를 달리던 LG를 바라보며 이렇게 꼬집었다.

“2000년대 후반 LG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시즌이 기울고 팀이 크게 지고 있을 때 나왔던 유망주가 한 경기 2안타 이상을 치거나 상대 7~9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면 마치 그 선수가 다음 시즌 풀타임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하거나 10승 이상을 올릴 것처럼 기대했다. 그 관심에 부화뇌동하며 선수의 성장도 답보 상태에 머물고 결국 그 선수는 이름 없이 사라지더라. 만약 우리 팀에서 그랬더라면 내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2013~2014시즌 LG가 '6668587667' 비밀번호를 끝내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을 때 팬들은 많은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2015시즌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꿨다. 성과가 있었고 특히 2014시즌 극적으로 가을 야구 대열에 합류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 그러나 결과는 9위였다.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의 부상 공백도 컸으나 물음표에 거는 기대가 많았다. 지난해 데뷔전 선발승 기억을 뒤로 하고 밸런스 잡기에 집중하던 좌완 임지섭은 물론 최승준, 채은성 등 거포 유망주에 대한 기대가 꽤 큰 편이었다. 전력 변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기대를 받은 선수들은 한 시즌 꾸준히 검증받지 못한 이들이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바로 센터라인. 포수 유강남, 중견수 경합했던 김용의, 문선재 등은 저마다 가능성만큼 불안 요소를 지닌 선수들이었다. 유강남은 좋은 포수 유망주지만 지금의 KBO리그는 풀타임 1년차 포수가 쉽게 적응할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김용의는 고려대 시절 코너 외야수로는 뛰었으나 중견수는 사실상 처음이며 문선재도 주 포지션은 내야수다. 유강남은 많은 가능성을 비춘 만큼 성공으로 볼 수 있으나 김용의, 문선재는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말았다.

미래의 LG가 이 여파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바로 다음 대처에 있다. 2000년대 LG는 신예, 새 얼굴을 야심차게 기용했다가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또 다른 새 얼굴을 찾거나 베테랑에게 자리를 맡겼다. 박병호(넥센)가 자리 잡지 못하자 다시 최동수 현 퓨처스팀 코치를 4번 타자로 찾았고 정의윤(SK)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상무 입대한 사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이진영을 수혈했다. 2009년 조인성(한화) 부재 시 안방마님으로 좌충우돌하던 김태군(NC)은 어느 순간 다시 백업 포수로 돌아갔다.

깜짝 기용은 있었으나 1~2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단행한 리빌딩은 LG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바람직한 세대교체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보였던 사이드암 박현준은 순간의 잘못으로 야구계를 떠났다. 박현준을 허망하게 잃어버린 사이 LG에서 유출된 유망주들은 새 소속팀의 주전을 넘어 리그를 주름잡는 선수로까지 성장했다.

물론 유망주를 지키고 성장을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다. FA 영입이나 2차 드래프트 같은 선수 유출 시 검증된 베테랑을 내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고 유망주가 '터진다'라는 보장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LG는 그 전에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적어도 1~2년 간 풀타임 선수로 기용하는 믿음을 보여줬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 외 그러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진영은 SK 시절 '강병철 감독의 양아들' 소리를 들어가며 '국민 우익수'로 자리잡았고 김현수(두산)도 한때 '김경문 감독의 양아들' 비난을 받다가 어느 순간 '타격 기계'로 진화했다.

[사진] LG 덕아웃 ⓒ 한희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