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병신년(丙申年) 새해 UFC 핫 플레이스는 단연 코너 맥그리거가(27, 라이트급) 전인미답 동시 석권을 노리는 페더급과 라이트급이다.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린 맥그리거는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1, 브라질)을 향해 독설을 쏟고 있다. 페더급에서는 복수를 벼르며 이를 가는 조제 알도(31, 브라질)와 프랭크 에드가 등이 맥그리거를 상대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페더급과 라이트급이 전쟁터라면 라이트헤비급은 고요한 휴전선이다. 다니엘 코미어(36, 미국)가 두른 챔피언벨트에 세 선수가 접근한 상황이다. 머지않아 페더급과 라이트급 못지않게 UFC를 달굴 수 있다.

코미어의 2차 방어전 상대는 라이트헤비급 랭킹 1위 존 존스다. 4월 대회가 유력하다. 그런데  31일(이하 한국 시간) UFC ON FOX 18에서 랭킹 2위 앤서니 존슨(31, 미국)과 4위 라이언 베이더(32, 미국)가 겨루게 되면서 4월 이후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지난 8일 베이더에게 "존슨을 이긴다면 타이틀 샷을 얻을 자격이 있다"며 의욕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베이더가 당장 존슨을 이긴다고 해서 타이틀 샷을 확신할 수 없다. 반대 결과도 마찬가지다. 네 선수가 많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① 앤서니 존슨 勝(승), 코미어 勝 : 당장은 어려운 차기 타이틀전

지난해 5월 24일 UFC 187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뺑소니 사고로 타이틀 박탈과 함께 출전이 금지된 존 존스 '대타'로 나선 코미어가 앤서니 존슨을 3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끝내면서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앤서니 존슨으로서는 베이더를 제압한다면 코미어를 상대로 설욕전에 나설 수 있지만, 지난 대결이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과 마땅히 큰 흥행을 부를 수 있는 카드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타이틀 샷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② 베이더 勝, 코미어 勝 : 베이더, 소원 풀이 가능

앤서니 페로시를 시작으로 하파엘 카바칸테, 오빈스 생프루, 필 데이비스에 이어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까지 꺾은 베이더에게 코미어와 타이틀전은 사실상 확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베이더가 그린 달콤한 내일은 존 존스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됐다. 존스는 지난해 4월 뺑소니 교통사고로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으나 실형 대신 보호관찰 18개월과 72시간 봉사 활동을 선고 받으면서 옥타곤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를 예상한 베이더는 지난해 10월 "존스가 복귀한다면 플랜 B로 움직이겠다. 글로버 테세이라와 복수전을 하면 된다"며 담담하게 다음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베이더가 앤서니 존슨을 챔피언 레이스에서 떨치고 챔피언 코미어가 존 존슨을 제압한다면 다른 변수는 사라진다. 코미어의 3차 방어전 자격이 있는 상대는 '6연승' 베이더 뿐이다.

③ 앤서니 존슨 勝, 존 존스 勝 : "너만 잡으면 돼"…존 존스, 천하통일 도전

글로버 테세이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비토 벨포트, 료토 마치다, 라샤드 에반스, 차엘 소넨, 마우리시오 쇼군, 라이언 베이더, 다니엘 코미어.

위 선수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UFC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그리고 존 존스에게 진 선수들이다.

아직 앤서니 존슨의 이름은 없다. 챔피언이었던 존 존스는 지난해 5월 UFC 185에서 앤서니 존슨과 붙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4월 뺑소니 사고가 걸리면서 타이틀이 박탈됐고 선수 자격도 잃었다.

돌아오는 존 존스가 복귀전에서 코미어를 누르고 타이틀을 되찾는다면 다시 한번 라이트헤비급 최고를 증명할 수 있다. 다만 부족한 1%를 채우기 위해서는 랭킹 2위 앤서니 존슨 상대 승리가 필요하다.

④ 베이더 勝, 존 존스 勝 : 6연승 베이더, 막을 테면 막아 봐

2011년 2월 UFC 126에서 존 존스는 12승 무패를 달리던 베이더를 길로틴 초크로 제압했고, 한 달 뒤 마우리시오 쇼군으로부터 챔피언벨트를 뺏었다. 당시 베이더가 존슨에게는 챔피언을 향한 발판이었던 셈이다.

5년 만에 재대결이다. 베이더는 재대결을 벼른다. 지난 9월 존스와 경기를 떠올리며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파이터가 됐다"고 입을 연 뒤 "처음 뛰어들었을 땐 그냥 레슬러였지만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파이터로 성장했다. 존스와 다시 싸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존스는 "다음에는 더 빨리 끝내 줄 게"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최근 에반스를 꺾은 베이더가 앤서니 존슨마저 제압하고 6연승을 달린다면 스스로 공언한 대로 5년 전과는 다른 경기 양상을 기대할 수 있다.

⑤ 기타 : 어차피 흥행은 '존 존슨 대 코미어'

실형을 피하면서 옥타곤 복귀가 확정된 존스는 지난해 10월 SNS 계정에 "여러분의 소년이 돌아왔다(Your boy is back)"는 글귀과 함께 활짝 웃으며 어깨춤을 추는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존스는 역대 최단 기간에 8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빼어난 경기력과 함께 옥타곤 안팎에서 보여주는 '악동 기질'은 스타성을 높인다.

흥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UFC는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존스의 복귀 경기를 코미어의 2차 방어전으로 잡았다.

이처럼 두 선수의 대결은 UFC로서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따라서 2차 맞대결은 물론 앤서니 존슨과 베이더의 경기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존 존슨과 코미어의 3차전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코미어가 이기면서 상대 전적 1승 1패를 맞추고 UFC가 다시 한번 비난을 감수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사진1, 3] 존 존스(위), 다니엘 코미어와 존 존스 ⓒ Gettyimages

[사진2] 라이언 베이더 대 앤서니 존슨 경기 예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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