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지바(일본), 정형근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브르 개인 결승전. 구본길과 오상욱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눴다.
한국은 금·은메달을 모두 확보했지만 당시에는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 아직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오상욱과 이미 혜택을 받은 구본길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결승전 직전 몸도 따로 풀었다.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동점과 역전을 거듭했다. 9-9, 10-10, 11-11, 12-12까지 동점이 나왔다. 과감한 공격을 펼친 구본길은 14-12를 만들었다. 그러자 오상욱이 다시 14-14로 추격했다. 승패를 가릴 마지막 순간. 행운의 여신은 구본길에게 향했다.
오상욱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망연자실한 듯 자리에 멈춰 섰다. 구본길이 다가가 위로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두 선수는 서로를 토닥이며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구본길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후배의 '병역 혜택'을 자신이 가로막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구본길은 "오상욱에게 좋은 혜택이 걸려 있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단체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오직 실력으로 맞붙었던 두 선수는 다시 의기투합했다. 결국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구)본길이 형이 이제는 두 발 뻗고 잔다고 얘기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3년의 시간은 금세 흘렀다. 어느덧 구본길(32)과 오상욱(25)은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러나 개인전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특히 오상욱의 ‘도둑맞은 1점’이 뼈아팠다. 8강전에서 경기 도중 비디오 판독이 나왔다. 그런데 이후 상대에게 아무 이유 없이 1점이 더 주어졌다. 그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상욱은 13-15로 패하며 8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오상욱은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팀 동료들이 그를 위로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28일 열린 사브르 단체전. 한국은 8강에서 이집트를 꺾고 올라온 독일과 격돌했다. 구본길이 ‘에이스’로 나섰다. 한국은 구본길의 활약으로 초반 열세를 뒤집었고, 재역전 허용 뒤에도 구본길을 앞세워 또 역전했다. 오상욱의 마지막 득점이 나오자 구본길은 달려가 그를 왈칵 안았다.
단체전을 치를수록 경기 감각을 되찾은 오상욱과 구본길은 거침이 없었다.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한국은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점수 차는 한 때 19점까지 벌어졌다. 경기는 45-26. 압도적 점수 차로 마무리됐다.
오상욱과 구본길 ‘브로맨스’는 올림픽 금메달로 완결을 맺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두 선수는 서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관련기사
- 황선우 일냈다! 아시아新에 한국 첫자유형 100m 결승
- 한국 축구, 온두라스에 지면 탈락…루마니아 대승 잊어라
- '왜 거기서?' 사이클 선수, 연습 주행 도중 관계자와 '충돌'
- '침묵 중' 황의조, 손흥민 눈물 지우고 온두라스 복수 선봉
- [도쿄올림픽] 김연경 중심으로 똘똘…한국, 도미니카 맞아 2연승 도전
- [도쿄올림픽] 이젠 오진혁·안산 차례…개인전 金 향해 활시위
- [도쿄올림픽] 우즈 없어도 치열…김시우-임성재 티오프 '4일간 경쟁'
- [도쿄올림픽] 강이슬 슛! 박지수 리바운드!…女농구 1승 도전 '세계 4위 넘어라'
- [도쿄올림픽] 女핸드볼 오후2시 운명의 한일전…8강 진출 분수령
- [도쿄올림픽] '18살 괴물' 황선우, 자유형100m 아시아인 69년 만에 메달 도전
- [도쿄올림픽] 창훈아 기억나지? 5년 전 골맛…멕시코전 ‘무패’ 잇는다!
- [도쿄올림픽] 주장 조구함, 金 해결사로 나선다…한국 유도 '배수의 진'
- [도쿄올림픽] 머리띠 질끈! 19살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8강 진출
- [도쿄올림픽] '2관왕 도전' 양궁 오진혁, 남자 개인전 32강 진출
- [도쿄올림픽] 배영 200m 이주호 결선 진출 실패…그래도 한국新 남겼다
- [도쿄올림픽] '괴물' 황선우 자유형 100m 47초82 5위…'고교생'이 '월클'과 맞섰다
- [도쿄올림픽] 윤현지 32강 한판승…16강전에서 세계 7위와 대결
- [도쿄올림픽] 오진혁도 32강 탈락…9년 만에 개인전 金 무산
- [도쿄올림픽] 69년 만의 亞최고 성적…'괴물' 황선우 “동양인도 할 수 있다”
- [도쿄올림픽] '女유도 희망' 윤현지, 세계 7위에게 한판승 '8강 진출'
- [도쿄올림픽] '한국 유도 희망' 조구함, 한판승으로 8강 진출
- '월클' 사이에서 5위…메달 실패? 황선우는 자신감만 챙겼다
- [도쿄올림픽] '23위 대반란' 윤현지, 30위→7위→5위 꺾고 준결승행
- [도쿄올림픽]'김연경 20득점 폭발' 女 배구, 도미니카에 3-2 짜릿승…'8강 보인다'
- [도쿄올림픽] 한국 유도 구한다…주장 조구함, 4강 진출
- [도쿄올림픽]승부처에서 승부사 기질 뽐낸 김연경, 역시 배구 여제는 달랐다
- [도쿄올림픽] 조구함-윤현지, 남녀 유도 나란히 4강 (종합)
- [도쿄올림픽] '18살 성장형 선수' 황선우에게 아직 50m가 남아있다
- "일본, 올림픽 욕심에 '온화한 기후' 거짓말…선수들만 손해"
- [도쿄올림픽]'우생순' 여자 핸드볼, 일본 꺾고 첫 승 신고…8강 진출 시동 걸었다
-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허광희는 해냈다…'오뚜기' 안세영도 세계 1위 잡을까
- [도쿄올림픽] 윤현지, 세계 1위에 막혀 결승행 실패 '동메달 결정전으로'
- [도쿄올림픽] 골판지 침대 박살낸 '이스라엘 오타니', 결국 사과
- [도쿄올림픽] 조구함, 결승전 진출…한국 유도 첫 번째 金 사냥
- [도쿄올림픽] 안산 사상 첫 3관왕 이룰까…역전승으로 개인전 32강행
- [도쿄올림픽] '듀스 접전 끝에 한일전 승리' 김소영·공희용 배드민턴 女 복식, 4강 진출
- [도쿄올림픽] 다크호스 윤현지, 누르기 한판패…동메달 획득 실패
- [도쿄올림픽] 안산 사상 첫 '3관왕' 순항…개인전 16강 안착
- [도쿄올림픽] 아쉽다! 조구함, 한일전 한판패…韓유도 첫 은메달
- [도쿄올림픽] 41분 만에 끝…이소희-신승찬 배드민턴 女 복식, 4강 안착
- [도쿄올림픽] 안산 첫 3관왕 노리는 '겁없는 막내'…개인전 금맥 캔다
- [도쿄올림픽] 조구함이 보인 품격…"패배 인정해서 상대의 손 들었다"
- [도쿄올림픽] 결승에서 한국끼리 격돌할까…배드민턴 女 복식 모두 4강 진출(종합)
- [도쿄올림픽]나란히 실력 발휘 이강인-구보, 발렌시아-레알에서 입지 달라질까
- [도쿄올림픽] '메달을 향해 스매싱' 배드민턴 女 복식, 결승의 주인공 될까
- [도쿄올림픽]‘신기록 제조기’ 황선우가 남긴 감사 편지 “행복하게 헤엄쳤어요”
- [도쿄올림픽] 펜싱 후배들의 달콤한 제안 "정환이형 파리까지 같이 가야죠" (영상)
- [도쿄올림픽] 신기록 또 나올까…‘수영 천재’ 황선우, 50m서 마지막 도전
- [SPO 도쿄] 안산, 日 귀화 선수 꺾고 8강행…첫 3관왕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