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 이바노비치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여자 프로 테니스(WTA) 인기 스타 아나 이바노비치(29, 세르비아, 세계 랭킹 63위)가 코트를 떠난다. 한때 WTA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29살이란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이바노비치는 29일(이하 한국 시간) 자신의 SNS에 "나는 여기서 더 최고 수준의 기량에 오를 수 없다. 프로 선수에서 은퇴할 때다"고 밝혔다.

이바노비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축하할 일이 많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꿨다. 2008년 롤랑가로스(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꿈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호주 캔버라 인터내셔널에서 처음 WT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이후 11년 동안 15번 우승했다. 이바노비치가 정점에 있었던 때는 2008년이다. 이해 열린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결승전에서 이바노비치는 디나라 사피나(30, 러시아)를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이바노비치는 WTA 투어 가운데 상금과 랭킹 포인트가 가장 많은 프리미어 맨덴터리 대회에서 3번(2006년 캐나다 로저스 컵, 2007년 독일 오픈, 2008년 BNP 파리바 인디언웰스 오픈) 우승했다. 2006년 로저스 컵에 결승전에서는 마르티나 힝기스(36, 스위스)를 꺾으며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2010년을 넘으며 그의 기량은 조금씩 하락했다.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던 이바노비치는 더는 4개 그랜드 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WTA 투어에서 무관에 그쳤다. 세레나 윌리엄스(35, 미국, 세계 랭킹 2위)와 마리아 샤라포바(29, 러시아) 등 강자에 밀려 그의 시대는 저무는 듯 보였다.

이바노비치가 부활한 해는 2014년이다. 이해 그는 WTA 투어에서 4번 우승했고 호주 오픈에서는 8강에 올랐다. 이바노비치는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WTA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그의 상승세는 2015년 1월로 이어졌다. 이바노비치는 WTA 첫 프리미어급 대회였던 호주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결승에 진출했지만 샤라포바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고질적인 손목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투어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바노비치는 WTA 홈페이지에 "어린 시절 모니카 셀레스의 경기를 TV로 보며 테니스 선수가 되는 꿈을 가졌다. 부모님은 저를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셨고 2008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부상으로 경기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나 자신의 높은 기준에 부합할 수 있어야 경기를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으므로 은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2008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아나 이바노비치 ⓒ GettyImages

이바노비치는 2008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빼어난 외모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부진했던 2015년과 올해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여성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각각 5위와 8위에 올랐다.

이바노비치는 올해 740만 달러(약 90억 7천500만 원)를 벌었다. 광고 출연료와 모델 활동비로만 550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그는 뛰어난 스타성은 물론 매너도 좋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었다. 래리 스콧 전 WTA 회장은 "이바노비치는 매우 매력적이고 인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이바노치비는 지난 7월 독일 축구 스타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2)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슈바인슈타이거의 아내가 된 뒤 이바노비치의 은퇴설이 나왔다. 당시 이바노비치는 현역 생활을 계속할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코트를 떠났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바노비치는 "스포츠와 나는 건강한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용과 패션 등 다른 분야에서 사업 기회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나 이바노비치(왼쪽)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부부 ⓒ GettyImages

이바노비치는 샤라포바, 윌리엄스 자매 등과 WTA 흥행을 이끌어 왔다. 샤라포바는 올해 금지 약물 복용으로 코트에 서지 못했다. 30대 중반인 윌리엄스 자매는 몸 관리를 이유로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유제니 부샤르(22, 캐나다, 세계 랭킹 46위)는 올해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바노비치가 은퇴를 선언했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아나(이바노비치)는 진정한 챔피언이고 WTA의 훌륭한 대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투어에서 아나는 가장 존경 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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