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니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배구에서 세터는 집안의 엄마인데 엄마가 매일 우울하면 안 되잖아요? 이런 점에서 세터는 멘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고은이에게는 기술적인 면보다 이런 점을 얘기해 줘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평가 받은 IBK기업은행이 연패에서 탈출했다. IBK기업은행은 28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 배구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전 KGC인삼공사에 세트 스코어 3-1(17-25 25-14 25-23 27-25)로 역전승했다.

시즌 9승 7패 승점 29점을 기록한 IBK기업은행은 2위 현대건설(10승 5패 승점 29점)을 바짝 추격했다. IBK기업은행은 3라운드에서 현대건설, 도로공사, KGC인삼공사, 흥국생명에 모두 져 4연패 했다.

단독 선두에서 3위로 떨어진 IBK기업은행은 5연패에 빠질 위기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팀을 구한 이는 김사니였다. 부상과 개인적인 일로 시련을 겪은 그는 팀을 위해 부상 투혼을 펼쳤다.

김사니는 최근 종아리 부상으로 고생했다. 지난주에는 독감으로 선수들과 떨어져 지냈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부친상까지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사니가 흔들리자 순항하던 IBK기업은행의 나침반도 고장 났다. 3라운드에서 4번을 내리 패한 IBK기업은행은 항로를 이탈해 망망대해로 향했다.

▲ IBK기업은행 선수들 ⓒ 한희재 기자

IBK기업은행의 중심은 '삼각편대'가 아닌 김사니?

IBK기업은행의 장점은 뛰어난 국가 대표 공격수 김희진(25)과 박정아(23)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외국인 선수와 '삼각편대'를 이뤄 상대 팀을 위협했다.

이들이 좋은 볼을 때리도록 올려 주는 세터의 소임도 중요하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은 절대적이다"고 강조했다.

김사니는 2013년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3년 동안 팀을 지휘했다. 김희진과 박정아를 비롯한 IBK기업은행의 공격수는 김사니와 호흡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사니가 흔들리자 팀도 동시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은 김사니와 3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이 절대적인데 김사니가 없을 때 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사니는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팀 창단 때부터 선배 세터들과 함께했다. 나와도 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선배가) 끌고 가는 배구에 익숙하다 보니 버릇이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여자 배구 '막내 구단'인 IBK기업은행은 2011년 창단했다. 그해 열린 코보컵에서 3위에 올랐고 첫 시즌(2011~2012)에 정규 리그 4위에 올랐다. 2012~2013 시즌에서는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통합 우승했다. 2014~2015 시즌에서는 정규 리그 우승 팀 도로공사를 챔피언 결정전에서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짧은 기간에 여자 배구를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젊은 공격수들과 이들을 이끌어 주는 베테랑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이효희(36, 도로공사)와 김사니라는 노련한 세터들이 젊은 공격수들을 지휘했다. 여기에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33)도 뒤를 받쳐 주고 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순항했다. 그러나 팀의 기둥인 김사니가 전력에서 이탈하며 팀이 흔들렸다. 이고은(21)이 김사니의 빈자리를 대신했지만 팀 전력은 100% 살아나지 못했다.

김사니는 "내년이면 저도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일곱이 된다. 현재 몸 상태는 최악이지만 관리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 걱정이다. 관절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좋다. 하지만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감독님과 상의해 잘 조율해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 이고은 ⓒ KOVO

김사니 의존도 줄이기, 삼각편대도 세터라는 엔진이 필요

IBK기업은행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V리그 상위권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꾸준하게 팀 성적이 좋아 연패에 익숙하지 않다. 김사니는 "저는 다른 팀에서 11연패도 경험했다. 팀이 연패해도 무던하게 이기는 법에 익숙한데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은 그게 아니더라"고 설명했다. 김희진은 "지난주 흥국생명과 경기에 패한 뒤 선수 전체가 모여 터놓고 이야기 했다. 그동안 (김)사니 언니에게 많이 의존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많이 져 본 적이 없는 IBK기업은행에 4연패는 충격적이었다. 김희진은 "이번 경기(KGC인삼공사 전)는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지기 싫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를 악물고 나온 IBK기업은행은 KGC인삼공사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이 감독은 "앞으로 공격수들은 고은이와 호흡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백전노장인 김사니가 흔들릴 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의 삼각편대는 모처럼 고공 비행했다. 김사니는 매디슨 리쉘(24점) 김희진(23점) 박정아(21점)를 고르게 활용했다. 리쉘 김희진 박정아가 모두 20점을 넘을 때 IBK기업은행이 이길 확률이 높다.

삼각편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김사니의 소임이 중요하다. 김사니는 "배구에서 세터는 집안의 엄마다. 엄마가 매일 우울하면 집안이 행복할 수 없다. 고은이에게는 기술적인 면보다 멘탈 위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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