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스 덜 호스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남자부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도입했다. KOVO가 변화를 꾀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시즌 절반을 치렀다. 몸값을 낮춘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 KOVO가 원하는 방향으로 리그 판도가 흘러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외국인 선수의 실력이 곧 팀 순위로 직결됐다면, 올 시즌은 국내 선수들의 활약 정도가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 떨어진 외국인 선수 '무게감', 국내 선수 '몫' 생겨

공격 점유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9일 현재 득점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이스 덜 호스트(삼성화재)가 623득점으로 선두에 올랐고 크리스티안 파다르(우리카드) 450득점, 미차 가스파리니(대한항공) 436득점, 아르파드 바로티(한국전력) 419득점, 아르투르 우드리스(KB손해보험) 389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득점력은 큰 차이가 없지만 성공률이 떨어졌다. 공격 종합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선수는 타이스뿐이다. 최홍석(우리카드)이 공격 성공률 55.92%로 1위에 올라 있고 2위 김학민(대한항공) 55.88%, 3위 전광인(한국전력) 55.14%, 4위 타이스 54.94%, 5위 문성민(현대캐피탈) 54.61% 순이다.

수비하는 선수들의 부담은 줄었다.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는 "지금 외국인 선수 수준에서는 블로킹 바운드하거나 수비로 연결할 수 있다. 서브가 강한지 않아서 편하다. 가스파리니는 원래 서브가 좋은 선수였지만, 나머지는 서브가 특별히 강하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없다. 공격도 약해졌다"고 평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무게감'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득점력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화재 타이스는 득점을 보면 엄청나다. 사실 공격 점유율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무게감과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위협적인 외국인 선수는 없다"며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는 팀 공격의 핵심이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 선수들이 채울 수 있는 몫이 생긴 셈이다.

▲ 공격하는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 ⓒ 곽혜미 기자
◆ '대체 선수' 홍역, 감수해야 할 문제

OK저축은행은 전반기 내내 대체 선수 문제로 애를 먹었다. 트라이아웃으로 선발한 롤란도 세페다(쿠바)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게 시발점이었다. 대체 선수로 발탁한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는 팀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발목을 크게 다쳐 8주 진단을 받으면서 팀을 떠났다.  

3번째 외국인 선수 물색에 나섰지만 다른 리그도 시즌이 한창인 터라 쉽지 않았다. 트라이아웃 참가자 가운데 찾으려니 폭은 더 좁았다. 어렵게 터키 리그 할크방크에서 뛰고 있던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를 데려오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할크방크에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불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이 과정에서 "선수가 없다"고 대체 선수 영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KOVO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2017년 트라이아웃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대체 선수는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트라이아웃 신청자로 한정하되 범위를 지명 선수와 초청 불응 선수를 빼고 상위 70명으로 늘렸다. 올 시즌은 상위 50명 안에서 대체 선수를 찾아야 했다.

KOVO 관계자는 "남자부는 70명, 여자부는 참가자 전원으로 대체 선수 범위를 늘렸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 대체 선수를 찾기 어려운 건 자유 계약도 마찬가지다. 시즌 시작하면 이적료를 써야해서 데려오기 어려운 건 똑같다. (트라이아웃은) 선수 폭이 좁아서 조금 더 어려울 뿐"이라고 대체 선수 폭을 넓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유 계약은 전적으로 구단의 책임이니까 말이 안 나온 거지, 문제(대체 선수 물색의 어려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규정을 완화 할 문제가 아니다. 대체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던 선수들까지 다 데려올 수 있게 하면 자유 계약과 다르지 않으니까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 지난 5월 트라이아웃 당시 가스파리니, 바로티, 파다르, 타이스, 톤, 우드리스, 세페다(왼쪽부터) ⓒ 한희재 기자
◆ '아낀' 몸값, 유소년 배구 지원하고 있나

구단 운영 정상화 역시 트라이아웃을 실시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KOVO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구단이 필요 이상의 돈을 쓰고 있다고 봤다.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이 무색해지자 KOVO가 나서 30만 달러로 연봉을 통일했다.

구자준 KOVO 총재는 올해 1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수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구단들이 돈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자금을 유소년 발전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년 배구 교실을 열거나 유소년 대회 지원하는 등 구단들의 움직임은 있다. KOVO 관계자는 "계속 노력은 하고 있다. 유소년 대회를 지원하고 신인 선수 지원금을 확대하는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 규정으로 구체화 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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