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호주 오픈 우승 특별 촬영회를 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올해 호주 오픈 시상식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남녀 단식 우승자와 준우승자 4명 가운데 3명이 35살을 넘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체력과 힘이 필요한 테니스를 생각할 때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막을 내린 호주 오픈은 숱한 명승부가 쏟아졌다. 대회 초반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 2위인 앤디 머레이(30, 영국)와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가 떨어지면서 재미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 스위스, 세계 랭킹 10위)는 쟁쟁한 상대들을 꺾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애초 페더러의 이번 대회 전망은 불투명했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친 그는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지난해 하반기 투어에 참여하지 못한 페더러는 세계 랭킹이 17위까지 떨어졌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6위)을 만났다. 나달과 페더러는 테니스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라이벌이다. 페더러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역대 최다인 18번 우승했다. 나달은 페더러에 이어 두 번째인 14번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역시 14회 정상에 오른 피트 샘프라스(47, 미국)와 역대 그랜드슬램 대회 남자 단식 우승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페더러와 나달은 2009년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만났다. 4개 그랜드슬램 대회는 2011년 결승전 이후 6년 만의 만남이었다. 두 선수 승부는 치열하게 진행되며 5세트로 이어 갔다. 두 선수의 실력 차는 없었다. 마지막 승부 요인은 페더러가 나달보다 집중력에서 조금 앞섰다는 점 정도다. 페더러는 나달을 세트스코어 3-2(6-4 3-6 6-1 3-6 6-3)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결승전을 마친 페더러는 영국 매체 BBC스포츠를 비롯한 언론에 "테니스는 정말 힘든 스포츠다. 이 종목은 무승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가능하면 라파엘(나달)과 우승을 공유하고 싶다"며 나달을 격려했다.

▲ 2017년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시상대에 참석한 로저 페더러(오른쪽)와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자 테니스는 조코비치와 머레이가 강세를 보였다. '빅 4'의 후발 주자인 이들은 페더러와 나달을 제치고 새로운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러나 부상을 이기고 돌아온 페더러와 나달은 건재했다. 페더러는 "분명한 점은 예전과 비교해 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건강 관리와 대회 일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은 호주 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인 세레나 윌리엄스(35, 미국, 세계 랭킹 1위)도 마찬가지다. 그는 2년 전부터 그랜드슬램 대회와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 프리미어 맨덴터리급 대회에 주로 출전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세레나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비중 있는 코트에만 서고 있다.

세레나는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며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3번째 우승하는 업적을 남겼다. 세레나는 지난해 윔블던 정상에 오르며 '전설' 슈테피 그라프(47, 독일)와 똑같은 22회 우승 기록에 성공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한 이는 마거릿 코트(74, 호주)다.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해는 1968년이다. 이후 가장 많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이는 세레나다.

코트는 미국 매체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에 "나는 앞으로 세레나가 내 기록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며 세레나를 격려했다. 세레나는 여전히 전성기 힘과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코트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 2017년 호주 오픈 우승 기념 촬영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 ⓒ GettyImages

세레나의 친언니 비너스 윌리엄스(37, 미국, 세계 랭킹 11위)는 동생 세레나와 '시스터 매치'를 펼쳐 화제를 불러 모았다. 1980년 6월 17일생인 비너스는 이번 호주 오픈에서 역대 최고령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노렸다. 그는 1994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미국)가 37살 258일로 결승에 진출한 이후 최고령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세레나의 벽을 넘지 못하며 기회를 미뤘다.

올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은 노장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페더러와 윌리엄스 자매의 평소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전담 트레이너 및 영상사들을 데리고 다닌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철저하게 의논한 뒤 먹을 음식을 결정한다. 또 대회를 앞두고 최상의 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훈련도 해낸다.

선수들의 철저한 관리는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는 관리 시스템이 '노장들의 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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