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도 바나타는 UFC가 주목하는 라이트급 파이터다. 오는 5일 다비드 테이무르를 상대로 연승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영상 황예린 PD·글 김건일 기자] UFC 라이트급 랭킹 2위 토니 퍼거슨(32, 미국)은 하마터면 랭킹 1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 러시아)와 UFC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을 못 치를 뻔했다.

지난해 7월 이름 없는 UFC 새내기에게 혼쭐이 났다. 주먹과 발차기가 눈 코 뜰 새 없이 날아왔다. 자세를 고쳐 잡고 전진하려 하면 번번이 가로막혔다. 스피닝 백피스트와 뒤돌려차기 등 기습적인 공격도 위력이 컸다. 안면과 복부에 연거푸 타격을 허용해 다운 직전까지 갔다. 퍼거슨은 2라운드에서 정신을 다잡아 다스 초크 승리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퍼거슨을 혼쭐낸 무명 파이터는 랜도 바나타(24, 미국). 그는 대회 2주를 앞두고 부상한 마이클 키에사를 대신해 퍼거슨과 싸웠다. UFC 데뷔전에서 톱 랭커를 쥐락펴락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퍼거슨의 8연승보다 바나타가 보여 준 경기력이 더 주목받았다. 바나타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로 5만 달러를 타는 겹경사도 누렸다. 졌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바나타는 UFC 두 번째 경기로 진가를 증명했다. 지난해 12월 UFC 206에서 존 막데시를 꺾고 옥타곤 데뷔 승을 올렸다. 1라운드 1분 40초 만에 뒤돌려차기로 경기를 끝냈다. 바나타는 대회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로 뽑혔으며, UFC 올해의 KO 톱 10으로도 선정됐다.

옥타곤 데뷔 두 경기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인 바나타는 UFC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바나타를 차기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자라고 치켜세우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격투기 매체 블러디엘보가 진행한 올해 주목할 만한 신인 투표에서 5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SNS 팔로워 수가 크게 늘었다"고 기뻐한 바나타는 UFC 데뷔 세 번째 경기 만에 UFC PPV 넘버 대회 메인 카드에 선다. 오는 5일 UFC 209 메인 카드 세 번째 경기에서 다비드 테이무르와 경기한다. 페더급 무패 신예 랭킹 13위 머사드 벡틱 등 쟁쟁한 선수들을 언더 카드로 밀어냈다.

파이터 외길 인생…타고난 싸움 감각

바나타는 파이터 외길 인생이다. 11살에 UFC 31을 보고 파이터 꿈을 키웠다. 뉴저지주 출신인데 16살에 레슬링 캠프를 찾아다니다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까지 갔다. 명문 체육관 잭슨 윈크 아카데미에서 그렉 잭슨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바나타의 경기력은 일상생활로 완성됐다. 바나타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에 모든 움직임을 경기력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훈련이 끝나면 산에 올라 명상했다. "명상은 경기에 도움이 된다. 경기할 때 긴장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상대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바나타는 그렉 잭슨 코치가 당당히 내놓은 '재야의 고수'다. 잭슨 코치는 일찌감치 바나타를 차기 챔피언 재목으로 점찍었다. "바나타는 체육관의 신조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선수다. 전략적으로, 지능적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최고다. 피나는 노력을 한다. 훈련을 즐긴다. 세계 최강의 파이터가 되기 위해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나는 그와 훈련하면서 강자들을 지도하는 코치로 성장했다. 바나타는 훌륭한 파이터가 될 것이다. 파이터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퍼거슨은 예측 가능하다"고 자신한 바나타는 퍼거슨의 움직임을 꿰뚫은 상태로 경기했다. 거리 싸움에서 앞서 퍼거슨을 쥐락펴락했다. 키가 작고 리치가 짧았지만 날렵한 풋워크로 여러 차례 유효타를 적중했다. 공격해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주먹을 내야 할 때, 발을 내야 할 때 오차가 없었다. 퍼거슨은 공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계속 끌려갔다.

두 번째 경기에선 '킥의 달인' 존 막대시를 발차기로 눕혔다. 바나타는 사이드킥으로 막데시를 툭툭 치면서 경기하다가 갑자기 다리를 높게 들어 막데시의 턱을 후려쳤다. 막데시가 막을 틈이 없이 빠르고 묵직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다. 유명한 분석가 로빈 블랙은 바나타의 뒤돌려차기 과정을 두고 "바나타는 사이드킥으로 의도를 숨겼다. 몸을 숙이면서 움직였다. 그러다가 사이드킥으로 거리를 쟀다. '이 정도면 뒤돌려차기가 닿는다'고 판단한 뒤 지체하지 않고 뒤돌려차기를 적중했다"며 "올해 최고의 KO장면"이라고 칭찬했다.

잭슨 코치는 바나타의 뒤돌려차기 과정을 두고 "낮게, 낮게, 박자를 타다가 박자를 확 바꿔서 높게 가는 공격이었다. 바나타가 오래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턴을 보여 주고 바꾼다, 또 바꾼다. 그만의 스타일"이라며 "폭발력이 있고 창조적이며 언제나 침착하기 때문에 예술적인 경기력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바나타 역시 "뒤돌려차기를 위해 경기 전까지 수 천 번 넘게 연습했다"고 돌아봤다.

▲ 바나타는 지난해 12월 UFC 206에서 존 막데시를 뒤돌려차기로 꺾었다.

"패배에서 배운다"

"퍼거슨과 7.5분으로 지난 1년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패배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의문은 반성으로 이어진다. 반성은 널 답변으로 가득 찬 방으로 데려간다. 몇 주간의 탐색으로 난 내 경기력에 약점을 찾았다. 이제는 갈라진 틈을 메우고 벌어진 간격을 연결하고 지난날의 그림자를 드리울 실력으로 옥타곤에 돌아가야 한다. 난 패배를 받아들인다. 패배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헌납할 수 있는 것."

바나타는 퍼거슨에게 지고 나서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퍼거슨에게 당한 패배를 약으로 삼았다. 종합격투기 데뷔 첫 쓴잔에 좌절하지 않고 한 단계 발전한 경기력으로 옥타곤 첫 승을 챙겼다.

바나타는 올해 목표로 "4경기"를 세워 뒀다. "테이무르와 경기에서 또 다른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겠다. 그리고 나서 톱 20을 거쳐 톱10을 부르겠다. 올해 말에는 톱 5를 꺾고 내가 톱 5가 되겠다. 몇 경기를 더 이기면 퍼거슨과 재대결도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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