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C 읽어 주는 남자' 매주 금요일 아침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스포티비뉴스=PD 옥남정 황예린 김소라 이나현 송경택 윤희선] 추성훈(41)은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귀신같이 돌파구를 찾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가 되고 싶어 했던 추성훈은 태극 마크를 다는 데 실패하자 일본 귀화를 선택했다.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나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를 결승전에서 이기고 유도 81kg급 금메달을 목에 건 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의 일본 이름)는 야수처럼 포효했다.

'조국을 메쳤다'라는 헤드라인으로 국내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한 이 반전 드라마로 재일 교포 4세 추성훈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2004년 유도에서 종합격투기로 진출했다. 파이터 추성훈의 가장 큰 위기는 2006년 12월 31일 찾아왔다. K-1 다이너마이트에서 펼쳐진 사쿠라바 가즈시와 타이틀전에서 TKO로 이겼지만, 곧 논란에 휩싸였다.

추성훈의 몸이 너무 미끄러웠다는 사쿠라바의 계속된 항의로, 추성훈이 경기 전 몸에 무언가를 바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성훈은 처음에 다한증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라커룸에서 오일을 바르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이 발견되자, 이번엔 피부 건조증 때문이라고 했다. 피부 건조증에 바르는 양보다 훨씬 많이 오일을 몸에 발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추성훈은 기자회견을 열고 '룰을 잘 몰랐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추성훈

여러 차례 말을 바꾼 추성훈에게 일본 여론은 냉담했다. 일본에서 일명 '오일 파문'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추성훈의 선수 생활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기사회생한 건, 그로부터 10개월 후였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히어로즈 메인이벤트에서 '슈퍼 코리안' 데니스 강을 강력한 어퍼컷으로 쓰러뜨렸다.

데니스 강은 프라이드 웰터급 그랑프리 준우승까지 차지한 강자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추성훈이 열세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추성훈은 또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추성훈의 재기전에 비교적 약한 상대를 붙여야 한다는 국내 K-1 관계자들과 달리, 일본 관계자들은 그에게 강한 시련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 강을 넘지 못했다면, 일본에서 복귀하는 데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위기에서 빛나는 생존력, 그것이 추성훈의 가장 강점이다.

추성훈의 날이 선 감각은 이후에도 발휘된다. 일본 시장의 위기를 감지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2009년 2월 UFC와 계약하고 앨런 벨처(승)·크리스 리벤(패)·마이클 비스핑(패)·비토 벨포트(패) 등 미들급 강자들과 싸워 나갔다.

1승 3패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명승부를 만들어 갔다. 3경기에서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받았다.

파이터 인생 황혼기에서 그가 선택한 길은 예능이었다. 2013년 아내 야노 시호와 딸 추사랑이 함께한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을 받으며, 은퇴 후 예능인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추성훈은 2015년 11월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에서 알베르토 미나에게 판정패했다. 그 후 옥타곤에 오르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UFC 파이트 나이트가 열린다. 추성훈이 이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훈련에 한창인 사진들도 자주 올라온다. 운동선수로서 중대한 선택을 앞둔 시점. 그는 어떤 선택으로 드라마 같은 인생에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까?

유일남(UFC 읽어 주는 남자)는 매주 금요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공개되는 국내 유일 격투기 토크 쇼다.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가 진행한다. 이번 편에서는 정윤하 일본 격투기 칼럼니스트와 누구도 꺼내지 못했던(?) 추성훈의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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