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마닐라(필리핀), 이교덕 기자] 지난 15일 UFC 파이트 나이트(UFN, UFC FIGHT NIGHT) 66 계체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 'SM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

'코리안 카우보이' 방태현(32·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이 156파운드(70.76kg)를 찍고 체중계에서 내려오자 먼저 계체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상대 존 턱이 씨익 웃더니 방태현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턱은 평소 방태현의 소속팀 코리안탑팀과 친분을 쌓아온 파이터. 코리안탑팀은 괌 기반의 종합격투기 대회 PXC에 자주 선수를 출전시키는데, 여기서 괌 출신 턱과 여러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턱은 친한파로, 애창곡 중 하나는 영턱스클럽의 '타인'이다. 제법 똑똑한 발음으로 "한 번만 안아주세요"를 흥얼거리곤 한다.

코리안탑팀 하동진 감독과 턱은 만날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면서 "으으리(의리)"라고 소리치며 인사한다. 턱은 이날 방태현과도 파이팅 포즈 대신 일명 '의리 포즈'를 취하며 적이 된 친구의 무운을 빌었다.

하동진 감독은 "예전에 둘이 붙는 거 아니냐고 농담 삼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매치업이 결정돼 깜짝 놀랐다"며 "턱에게 우린 15분 동안만 적이 된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 하동진 감독은 "이런 사이끼리 맞붙는 승부에선 냉철함이 중요하다. 호랑이가 먹이를 사냥하듯 최선을 다해 KO승을 거둘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코리안 불도저' 남의철(33·수박E&M)은 옷을 겹겹이 입은 채 계체장으로 들어섰다. 마지막까지 땀을 흘리며 체중을 뺀 것으로 보였다. 입고 나온 래시가드를 벗어 겨드랑이 등 몸의 땀을 닦아낸 뒤 체중계에 올라갔다. 팬티까지 벗고 알몸으로 잰 체중이 정확히 페더급 한계체중인 146파운드(66.22kg).

그러나 체중계 위에서 포즈를 취할 기회는 없었다. UFC 관계자들은 남의철이 옷을 벗고 체중계에 오른 뒤 다시 속옷을 입는 과정에서 시간이 꽤 지연됐다고 판단한 것. 포즈를 취하려는 남의철을 제지하고 필립 노버를 소개했다.

상대 노버와 마주서자 남의철은 이마를 들이밀었다. 기세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남의철 식 선제공격. 그런데 노버보다 더 깜짝 놀란 사람은 선수 사이에 서있던 UFC 매치메이커 션 셜비였다. 그는 경기 전 선수들의 신체적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는 최근 UFC 분위기에 따라 남의철을 얼른 떼어놓았다.

남의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글라스 뒤 노버의 눈을 매섭게 노려봤다.


임현규(30·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는 171파운드(77.56kg)로 계체를 마치고, 닐 매그니와 맞섰다. 임현규와 매그니는 웰터급의 대표적인 '빅 유닛'. 공식 프로필에서 임현규는 187cm, 매그니 191cm다. UFC 랭킹 15위인 매그니는 임현규가 이제까지 웰터급 매치에선 처음 만나는, 자신보다 큰 상대였다.

그러나 실제로 서보니 신장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어떤 각도에선 매그니보다 임현규가 더 크게 보였다. 사실상 거리싸움에서 불리함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동진 감독은 "임현규는 좌우 공격인 훅보다 직선 공격인 잽과 스트레이트를 잘 쓰는 스타일이었다. 초반에 (리치가 긴)매그니의 잽 등을 맞고 당황할 수 있는데, 이를 잘 넘기고 이번 경기를 위해 준비한 좌우 훅 공격을 살린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계체에서 빠질 수 없는 분(?)들이 'UFC의 꽃' 옥타곤걸들이다. 이날은 베테랑 아리아니 셀레스티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필리핀 출신 신예 레드 델라 크루즈가 자리를 빛냈다.

계체 도중, 갑자기 아리아니가 델라 크루즈를 부르더니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마치 무서운 선배가 후배를 학교 뒷편으로 데리고 가듯.

그러나 이것은 선배의 배려였다. 밴텀급 로이스튼 위가 팬티를 벗고 체중을 재겠다고 UFC 관계자들에게 말한 상태. 아리아니는 관계자들이 흰색 큰 수건을 가지고 오자 사태를 파악하고 얼른 자리를 뜰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서있는 '순진한' 델라 크루즈를 불러 함께 구석으로 피한 것이었다.

그 다음 둘이 구석에서 취한 행동은 '먼 산 바라보기'였다. 큰 언니가 막내 동생에게 "보고 싶지만 참아야 해"라고 조언하는 듯했다.


UFN 66은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다. 필리핀에서 UFC 대회가 열리는 것도 최초다. 메인이벤트는 프랭키 에드가와 유라이야 페이버의 페더급 매치. 코메인이벤트는 미들급 7위 게가드 무사시와 12위 코스타 필리푸의 대결이다. 필리핀계 미국인 마크 무뇨즈는 루크 바넷을 상대로 종합격투기 은퇴전을 갖는다.

이 대회는 케이블채널 슈퍼액션과 IPTV채널 SPOTV2에서 오는 16일 밤 10시부터 생중계된다. 방태현과 존 턱의 경기부터 전파를 탄다. UFN 66의 현지소식은 스포티비뉴스(www.spotvnews.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UFC 파이트 나이트 66 

-메인카드 
[페더급] 프랭키 에드가 vs 유라이야 페이버 
[미들급] 게가드 무사시 vs 코스타 필리푸 
[미들급] 마크 무뇨즈 vs 루크 바넷 
[웰터급] 임현규 vs 닐 매그니 
[페더급] 남의철 vs 필립 노버 
[페더급] 마크 에디바 vs 레반 마카쉬빌 

-언더카드 
[라이트급] 방태현 vs 존 턱 
[라이트급] 장 리펭 vs 카잔 존슨 
[웰터급] 리 징량 vs 디에고 리마 
[밴텀급] 닝 광유 vs 로이스튼 위 
[플라이급] 롤든 상차안 vs 존 델로스 레예스 
[밴텀급] 놀런 틱맨 vs 야오 지쿠이 

[사진 및 영상] 필리핀 현지취재팀 이교덕 기자,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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