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쿠-모라타, 누가 다음 시즌 더 잘할 것 같으십니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알바로 모라타의 첼시 이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라이벌전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모라타의 첼시행은 20일(이하 한국 시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첼시는 "레알 마드리드와 모라타 이적에 동의했다. 개인 합의와 메디컬 테스트를 남겨운 상태"라고 밝혔다.

모라타의 이적으로 첼시만큼 관심을 받은 구단은 맨유다.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 모라타를 향한 뜨거운 구애를 했다. 그러나 로멜루 루카쿠 영입으로 선회했고, 끝내 루카쿠를 팀의 최전방에 세울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첼시는 주요 목표였던 루카쿠 대신 모라타를 품에 안아 최전방을 보강했다. 천문학적 이적료가 오가는 가운데 두 선수, 그리고 두 클럽의 다음 시즌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 2000년대 최고 라이벌, 맨유vs첼시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했다. 이후 막대한 '오일 머니'의 지원 속에 첼시가 급성장하면서 두 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퉜다. 2003년 이후엔 나란히 맨유가 5번, 첼시가 5번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외엔 맨체스터 시티가 2회, 아스널과 레스터 시티가 각 1회씩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맨유가 1번, 첼시가 1번 우승했다. 누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인지를 두고 자존심 싸움도 벌어졌다.

2007-08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두 팀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한국 팬들에겐 박지성 결장으로 기억되는 운명의 맞대결에서 두 팀은 연장전까지 1-1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차기도 평범한 결말은 없었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실축하면서 패배 위기에 몰렸던 맨유는, '첼시의 영원한 주장' 존 테리가 젖은 잔디에 미끌어지며 실축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맨유엔 극적인 역전 우승이요, 또 첼시엔 뼈아픈 패배였다.

# 무리뉴, 첼시의 전설에서 맨유의 소방수로

더구나 맨유의 현 사령탑 무리뉴 감독은 한때 첼시의 대명사 같았다. 2004-05 시즌 첼시에 50년 만에 1부 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강력한 수비와 역습 전술은 첼시의 대명사 같았다.'스페셜 원'으로 불리던 무리뉴 감독은 맨유의 전설적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과 '애증'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의 카리스마에 대항할 '독설가'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무리뉴는 첼시와 찜찜한 이별을 했다. 2015-16 시즌 태업 논란 등 팀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책임을 지고 첼시를 떠났던 무리뉴 감독은 맨유를 다음 행선지로 결정했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 뒤 헤매던 맨유의 소방수로 등장한 것이다. 무리뉴 감독도 첫 시즌인 2016-17 시즌 리그를 6위로 마쳤지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 첼시 감독 무리뉴.

# 콘테 vs 무리뉴 자존심 싸움

지난 시즌의 맞대결도 치열했다. 시즌 성적만 보면 첼시의 완승이다. 첼시는 30승 3무 5패(승점 93점)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는 18승 15무 5패(승점 69점)로 6위에 머물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무승부를 거둔 팀이 바로 맨유였다.

그러나 맞대결에선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먼저 기세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올렸다. 지난해 10월 두 팀의 맞대결에서 첼시는 스리백과 함께 완벽한 역습 전술로 맨유를 4-0으로 격침했다. 네 번째 골을 터뜨리자 화끈한 골 뒤풀이를 한 콘테 감독에게 무리뉴 감독이 귓속말로 "모욕적"이라고 말한 것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4월 리턴매치에서 무리뉴 감독이 거둔 승리는 더욱 빛났다. 에당 아자르를 안데르 에레라가 대인 마크하고 언제나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해 첼시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마커스 래시포드와 제시 린가드의 발을 살려 단순하지만, 빠르고 직선적인 역습으로 첼시의 혼을 빼놨다. 결과는 맨유의 2-0 승리였다. 스코어 차이보다도 승승장구하던 첼시가 본인들의 축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 무리뉴 감독(왼쪽)과 콘테 감독 "다음에 만나면 안 봐준다."

# 루카쿠-모라타 이적,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

여기에 하나의 스토리가 더해졌다. 바로 루카쿠와 모라타의 이적이다. 이번 여름 맨유와 첼시는 자신들이 가장 바라던 것으로 알려졌던 공격수 영입엔 실패했다. 맨유와 첼시는 2006년 존 오비 미켈의 영입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이적에서 두 팀이 직접 경쟁을 펼치진 않았지만, 원하는 스타일이 비슷해 루카쿠, 모라타를 가운데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과 장외 '공작'이 벌어졌다.

맨유는 모라타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첼시의 목표 루카쿠를 '하이재킹'했다. 반대로 첼시는 맨유가 이적료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모라타를 품에 안았다. 두 선수의 이적료는 나란히 7500만 파운드(약 1100억 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많은 이들의 시선은 뒤바뀐 두 공격수와 클럽의 운명을 향한다. 신생아실에서 이름표가 뒤바뀌어 미래가 꼬여버린 '막장 드라마'의 줄거리처럼 루카쿠와 모라타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이들은 흥미진진해졌다. 막장 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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