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손거산 ⓒ용인대학교 축구부 기자단

[스포티티비뉴스,태백 이종현 기자] 지난해 7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안동과학대 손거산이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용인대를 무너뜨렸다.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따랐다. 용인대는 전통적인 대학 축구 명가다. 특히 2011년 이장관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층 더 강팀으로 성장했다. 이장관 감독체제에서 용인대는 춘계대학연맹전(2016년·3위), 왕중왕전(2015년·우승), 1,2학년 대회(2014년·우승)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전남 영광군 영광스포티움에서 열린 KBSN 제12회 대학 1~2학년 축구대회 결승전에선 손거산이 전반 추가시간 절묘한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득점이자 역전 골을 넣었다. 

안동과학대는 결국 최우수선수(MVP) 손거산의 활약에 힘입어 용인대를 4-2로 꺾었고, 창단 17년 만에 첫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 지난해 결승에서 절묘한 킥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킨 안동과학대의 손거산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추계대학연맹전이 강원도 태백에서 열렸다. 모든 게 그대로였지만 바뀐 게 있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손거산이 용인대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2학년은 마친 손거산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안동과학대가 2년제(전문대)다. 3학년이 되면서 프로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대학교를 알아봐야 했다. 다행히 손거산에겐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MVP로 선정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학점 또한 과탑(안동과학대 축구학과 평점 4.4점)이라는 '노력의 결과물'이 있었다. 

많은 선택지 중 그가 선택한 그와 좋지 않은(?) 인연이 있던 용인대였다. 손거산은 "용인대가 대학축구 강팀이라서 오고 싶었어요. 조금 더 큰물에서 경쟁하고 싶어서 용인대를 선택하게 됐어요"라며 용인대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용인대 이장관 감독도 손거산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감독은 "제가 억지로 선수를 뽑을 수 있지는 않지만, 본인(손거산)이 용인대로 오기 위해 학점 관리를 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또한 결승 때 좋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 선수가 간절함이 있어서 제가 흔쾌히 합류하게 했고, 여기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라며 손거산을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를 말했다.

▲ 시즌 2번째 경기에 나선 손거산(43번) ⓒ이종현 기자

기대감을 안고 용인대에 합류했지만 손거산은 이번 시즌 용인대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 출전 수가 3경기(7월 21일 기준)가 전부다. 문제는 부상이다. 손거산은 "2월에 (용인대에) 와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안동과학대에서 다친 발목이 안 좋아져서 3월부터 5월 중순, 6월 정도까지 쉬었어요. 1주일 운동하고 3주 쉬는 패턴으로.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건 6월부터예요"라고 말했다.

부상에서 회복 후 몸을 끌어올리는 손거산은 제48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2조 조별예선 1차전 결장 이후 2차전과 3차전에서 후반 45분을 뛰며 몸을 끌어올렸다. 손거산은 안동과학대의 공격적인 롤보다는 수비적인 롤을 볼 때가 많았다.

손거산은 이에 대해 "안동과학대에서도 밑에서 빌드업 하는 걸 좋아했어요. 거기선 비중이 커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지만, 밑에서 풀어주는 역할 많이 했어요. 그때 몸에 많이 배서 공미보단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해서 감독님께 (수미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라며 포지션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손거산은 인터뷰하는 동안에 무의식적으로 '성공'과 '호강'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손거산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축구와 잠시 이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4년제 대학교 입학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4년제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이후 손거산은 1년 동안 축구와 이별했다. 그때 그를 붙잡은 건 부모님이었다.

▲ 손거산의 뒤엔 항상 부모님이 계셨다. ⓒ이종현 기자

"고향은 경상남도 창녕이에요. 부모님이 고향에서 마늘이랑 가지 농사를 하세요. 운동이란 게 이제 돈이 없으면 못 하는 스포츠가 됐잖아요. 그래서 항상 부족함 없이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사실 제가 경상도 남자라 표현은 잘 못 하는데, 한 번씩 촌에 내려가 농사일을 도와드려요. 하루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매일 하시는 것 보니까 대단하시기도 하고 빨리 성공해서 호강시켜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1년 동안 축구를 하지 않았던 시기는)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아요. 그냥 1년 동안 너무 부끄럽고 자신감이 없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남들보다 뒤처지다 보니 더욱더 독기를 품고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할 거예요."

손거산은 축구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열심이다. 최근 대학축구에는 'C학점'이 화두다.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만들기 위해 C학점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만 정규 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정한 규칙이다.

▲ 손거산 ⓒ이종현 기자

손거산은 과거 안동과학대에서 과탑(학과 성적 1위)이였으며 용인대에서도 학업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공부를 안 하면 시합을 못 나가잖아요.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부분은 있지만 축구가 안 되면 다른 길로 나가려면 공부가 필수고 밑바탕으로 삼아서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수업 들어가서 안 자고 일반 학생이랑 경쟁해야 하니깐. 시험 땐 조금 더 공부하고요. 용인대 편입 후 치는 첫 시험이라 긴장을 많이 했나 봐요. 많이 부족하게 나온 거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며 학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자신이 무너뜨렸던 용인대에서 손거산은 이제 용인대를 위해 불사지를 준비를 마쳤다. 내적 그리고 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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