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가운데)과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4주간 진행된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 일정을 마쳤다. 유럽과 한국 그리고 다시 유럽으로 오가며 진행된 대장정을 마친 한국은 숨 돌릴 틈이 없다.

한국은 지난 1일 그랑프리 2그룹 결선이 열린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귀국했다. 2일 하루 휴식했고 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오는 9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리는 제 19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격전지인 필리핀으로 출국한다.

그랑프리에서 한국은 12명의 인원으로 모든 일정을 치렀다. 홍성진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선수들의 체력이다. 적은 인원으로 긴 일정을 치렀기에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들 블로커 김유리(IBK기업은행)를 영입했고 무릎 부상 중인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을 나현정(GS칼렉스)으로 교체했다.

한국은 13명의 선수로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도전한다. 홍 감독은 "12명으로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김유리가 새롭게 합류한다. 또한 부상 중인 리베로 김해란을 대신해 나현정이 합류한다"고 설명했다. 14명 엔트리를 채우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김유리와 나현정의 가세로 한국은 교체할 멤버를 얻었다.

세터는 그랑프리에서 뛰었던 이소라(한국도로공사)가 이재은(KGC인삼공사)으로 교체됐다. 지난 그랑프리에서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포지션은 세터다. 김사니(전 IBK기업은행)와 이숙자가 떠난 세터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다. 주전 세터로 나선 염혜선(IBK기업은행)은 공격수와 호흡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랑프리 내내 이 점이 한국의 약점으로 떠올랐고 세터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졌다.

유애자 SPOTV 배구 해설위원은 "공격수는 국제 대회에서 1~2년 경험을 쌓으면 부쩍 성장한다. 이와 비교해 팀을 지휘하는 세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팀이건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염혜선을 비롯한 국내 세터들은 앞으로 더 많은 국제 대회 경험을 체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염혜선 ⓒ 곽혜미 기자

유 위원은 2016~2017 시즌 페네르바체를 이끈 세계적인 세터 눗사라 톰콤(태국)을 예로 들었다. 눗사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세터다. 그러나 지난해 페네르바체와 짧게 호흡을 맞춘 뒤 경기에 임했고 리그 초반에는 선수들과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유 위원은 "세계적인 세터라는 눗사라도 새로운 팀에 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 팀 세터는 이제 세대교체에 들어갔고 앞으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사니와 이숙자 그리고 이효희(한국도로공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세터 문제는 한국 여자 배구의 큰 고민거리다. 그동안 세터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점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큰 과제가 됐다. 대표 팀은 물론 각 프로 구단의 사정을 봐도 V리그를 대표하는 간판급 세터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볼 때 무조건 선수를 탓하는 것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국제 대회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전문가의 시선이다.

유 위원은 "대표 팀에서 세터가 자주 바뀌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고정 세터를 놓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표 팀이 앓고 있는 '세터 성장통'은 한국 여자 배구 전체의 문제다. 홍 감독은 "올해 마지막 대회까지 세터를 3명 정도로 압축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세터가 우리에게 맞는 지 맞춰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POTV는 2017년 AVC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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