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 시즌 한국 프로 야구의 화젯거리 가운데 하나는 단연 수비 시프트다. 메이저리그 사령탑 출신 힐만 SK 감독이 대표 주자다. 타자의 성향에 따른 극단적인 시프트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많이 펼쳐졌다.

SK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시프트는 대부분 팀이 시도하는 전략이 됐다. 관심은 과연 타자들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수비를 어떻게 뚫어 낼 것인가에 모아졌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땐 타자들의 승리로 게임이 끝나 가는 것으로 보인다. 타격의 영향을 수비만 받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유행했던 시프트가 타자들의 공격 지표를 떨어트리는 데 큰 형향을 미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올 시즌도 기록적인 타고투저 시즌이 될 것이 유력하다. 3할 타자가 29일 현재 딱 30명이다. 지난해 4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할 타자에 대한 프리미엄이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올 시즌엔 부상 여파 등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이 10명 정도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점은 뜬공형 타자들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은 28/55였다. 전체 50.1%의 타자들이 땅볼 보다 뜬공이 많았다.

올 시즌은 이 숫자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25/44로 57%로 늘어났다. 공을 띄워서 치는 타자들이 규정 타석이라는 경쟁에서 보다 많이 승리했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 수비는 땅볼 아웃을 잡기 위해 극단적 시프트를 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타자들은 뜬 공으로 이에 대한 반격을 한 셈이다.

타격 이론가이기도 한 LG 박용택은 "발사 각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각도로 쳐야 안타와 장타가 많이 나오는지를 연구하고 그런 타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타격 코치 출신인 김한수 삼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라인드라이브를 날리는 것보다 타구를 띄우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월별 발사 각도 변화를 보면  타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근거로 정리한 발사각 변화다.

지난 해 4월부터 한국 프로 야구 타자들의 평균 발사 각도는 꾸준하게 상승했다. 지난해 4월 대비 올 7월의 차이는 5도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보통 25도에서 45도를 홈런이 나올 수 있는 이상적인 각도로 말한다. 평균 발사각은 이미 그 사이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타자들은 타구를 이상적인 각도로 띄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안타나 홈런이라는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수비 시프트만으로는 이겨 내기 어려운 수준에 올라와 있다.

홈런 타자들은 각도에 타구 스피드를 더해 비거리를 늘리고 있다.

25도에서 45도 사이의 홈런 각도에서 시속 155km 이상의 타구 스피드가 나오면 아웃 확률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올 시즌 홈런 5걸에 속해 있는 선수들은 이 이론의 근사치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결같이 좋은 각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나친 타고투저 시즌을 막기 위해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기도 했으며 팀들은 시프트라는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프트라는 공세를 발사각으로 반격한 타자들에게 무게감이 쏠리는 시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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