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실내 연습장. 무척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선수 한 명이 들어왔다.

방망이를 꺼낸 그는 한참 동안 연습 타격을 했다. '따~악' '따~악' 익숙했던 타격음도 이날만은 조금 특별하게 들렸다. 주인공이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라이온즈 파크를 찾아 개인 타격 훈련을 한 선수는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이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는 삼성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운동장을 찾아 훈련을 했다.

이날은 달랐다. 그의 모든 훈련 장면이 특별하게 의미 있었다. 이날은 이승엽의 은퇴식 하루 전 날이었기 때문이다.

은퇴식을 앞두고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은퇴 경기를 치르는 선수는 있어도 은퇴 경기를 위해 따로 훈련을 하는 경우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도 찾기 어렵다.

이승엽은 달랐다. 그는 습관처럼 라이온즈 파크 실내 훈련장을 찾았고 한참 동안 방망이를 휘두른 뒤에야 훈련을 마쳤다.

은퇴 경기 한순간 한순간마저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구슬땀을 흘렸던 것이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은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승엽은 "나이가 들면서 배트 스피드도 떨어지고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타격폼을 많이 바꿔 왔다. 시즌 막판엔 거의 매 타석 타격폼을 바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은퇴 경기는 다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승엽 다운 스윙을 해 보고 싶다. 내가 치던 내 진짜 자세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팀도 이기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의 이승엽과는 다른 인터뷰였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팀을 앞세웠던 그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만큼은 자신의 욕심을 최대한 끌어냈다. 말뿐 아니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한 훈련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프로 야구 23년 인생을 마무리하는 자리. 편안히 박수 받으며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장면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내일을 준비했다.

물론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승엽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죽을 힘을 다해 야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선수도 아닌 최고의 선수였던 이승엽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가장 낮은 자세로 야구를 했다. 진정한 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날까지 개인 훈련을 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휴식일을 그는 그렇게 훈련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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