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에서 16년째를 맞이한 한화 왼손 투수 박정진은 현재 현역 최고령 투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6월 23일 한화는 포수 조인성과 투수 송신영 그리고 외야수 이종환을 웨이버 공시했다. 이미 앞서 이재우와 이양기를 내보낸 뒤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보름에 걸쳐 강승현 김태연 이충호 박상원 정경운 등 육성 선수 5명을 정식 선수로 전환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대교체를 위해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하고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겠다는 박종훈 신임 한화 단장의 뜻이었다.

1976년생으로 조인성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박정진에게 남 일이 아니었다. 박정진은 조인성과 송신영이 나가고 3일 뒤 성적 부진과 체력 저하로 2군에 내려갔다. 이번 시즌 두 번째 2군 강등이었다. 게다가 올 시즌이 끝나고 한화와 계약이 끝난다.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를 "선수 생활의 위기였다"고 돌아본 박정진은 "당시 팀 분위기가 굉장히 어수선했다. 서산(한화 퓨처스리그 구장)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야구를) 관둘까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야구를 관둔다면 후회와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했다"고 고백했다.

절치부심한 박정진은 지난 7월 말 1군에 복귀한 뒤로 반등했다. 지난 7월 28일 LG와 1군 복귀전을 시작으로 8월 25일 KIA와 경기까지 11경기를 연속해서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꾸준하게 한화 필승조로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55경기에서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3.94로 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11위에 올라 있다.

"예전에 투구 폼이 컸는데, 돌아보니 작아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팔 스윙이 앞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1군에서 계속 경기만 하다 보니 몰랐다. 2군에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문제를 찾고 고칠 수 있었다. 팔 스윙과 무게 중심이 3루 쪽으로 치우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교정한 뒤로 구위가 살아났다. 어떻게 보면 서산에 내려간 조치가 나에게 터닝포인트였다."

1999년 한화에서 데뷔한 박정진은 올해로 16번째 프로에서 뛰고 있다. 지난 6월 최영필(43, 전 KIA)이 은퇴하면서 현역 최고령 투수가 됐다. 2009년 방출 위기를 딛고 2010년부터 한화 주축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박정진은 통산 691경기, 96홀드로 700경기 100홀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홀드 4개를 추가하면 류택현(전 LG, 37세 8개월 12일)를 넘어 최고령이자 40대로는 최초로 100홀드 클럽에 가입하며 한화 구단으로는 역대 처음이다. 또 9경기에 더 나서면 임창용(KIA, 41세 1개월 2일)을 넘어 KBO 리그 최고령 7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운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을 비롯해 이상군 감독 대행, 그리고 배영수 등 한화 선수들은 "박정진의 몸 관리는 리그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박정진은 2015년 39세의 나이에 96이닝, 지난해엔 무려 84이닝을 책임졌을 정도로 몸 관리에 신경을 기울였다. 박정진은 "한화에 입단한 뒤로 뛰어난 선배님들을 여럿 모셨다. 정민철 선배님, (송)진우형, (구)대성이형 등 많은 선배님들을 보고 배웠다. 그들을 보면서 몸 관리를 터득했다. 누구를 롤모델로 삼은 것은 아니다. 단지 프로에서 잘하려면, 한 시즌을 롱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생활하면서 느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선수 생활 2년 더 그리고 가을 야구를 꿈꾸는 박정진 ⓒ한희재 기자

42세가 되는 겨울 두 번째 FA를 앞둔 박정진에겐 꿈이 있다. "물론 내 나이에 FA를 신청하는 건 우습다"면서도 "욕심으로는 2년을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단 바람일 뿐이다. 구단과 상의를 해야 한다. 내 욕심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어린 투수들처럼 지는 상황에서 나가서 잘 던져봤자 소용이 없다.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지 않으면 난 쓸모가 없다. 경기에 나가선 '무조건 잘해야 한다', '무조건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 가지는 가을 야구. 한화는 올 시즌 8위에 머물러 2007년 이후 10년째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박정진은 2008년 한화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박정진이 4년 만에 복귀한 2008년과 시기가 맞물린다. 박정진은 "2010년부터 1군에서 많이 던졌는데 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 때문인가'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며 "매년 목표를 말할 때 수치를 말하거나, '열심히 하겠다' 이렇게 말하는데 지금은 '가을 야구를 하고 은퇴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야 영광스럽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난 한화에만 있었다. 한화에 애정이 얼마큼 있다기보단 난 이 팀의 사람이다. 한화는 내 일터가 아니라 집"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진은 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에서 열리는 NC와 최종전에 늘 그랬듯 같은 방식으로 불펜에서 출격을 기다린다. 그리고 늘 그랬듯 한화 유니폼과 함께 다음 시즌을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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