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왼쪽)과 이정후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기우였다. 한국은 타선 걱정을 말끔히 씻으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16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라운드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16일 한일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8로 역전패했으나 17일 대만을 1-0으로 꺾었다. 결승전 상대는 18일 대만-일본전이 끝나야 결정된다. 한국은 내심 결승에 일본이 올라와 끝내기패 아픔을 되갚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도쿄로 떠나기 전 선동열 감독이 가장 걱정한 건 타선이다. 정규 시즌을 마치고 한 달 가까이 흐른 뒤에 모인 여파로 경기 감각이 다들 떨어져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치른 소속 팀 선수들의 타격감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선 감독은 연습 경기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자들이 빠른 공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며 걱정했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선 감독은 깜짝 놀랐다. 긴장해서 자기 플레이를 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다들 침착하게 타격을 펼쳤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볼도 정말 잘 봤다. 일본 투수들도 헛스윙을 해야 하는데 안 속으니까 고개를 갸웃 하더라. 타자들이 정말 대처를 잘했다. 도쿄 올림픽까지 미래가 밝은 거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현 타격 코치의 생각도 같았다. 김 코치는 "공을 정말 잘 봤다. (박)민우가 앞에서 잘해 주고 (최)원준이는 연결을 잘해줬다. 정말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승패를 떠나서 선수들이 마음껏 자기 기량을 펼치고 있는 데 만족했다. 김 코치는 "와일드카드 없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하지 않았나. 자신감이 생겼을 거라 생각한다. 한일전이라서 그런지 지고 많이 억울해 하던데, 좋은 투수들을 만나서 좋은 상대를 했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치를 봐도 손색 없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장단 10안타로 7점을 뽑았다. 안타 10개 가운데 2루타 3개, 홈런 1개가 나오면서 '장타 실종' 걱정도 쏙 들어갔다. 대만전은 투수전 양상을 띄면서 4안타에 그쳤지만, 이정후가 오른쪽 담장을 맞추는 적시 3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린 점은 높이 살 만했다.

선 감독은 "이정후는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대만 선발투수(천관위)의 구위가 좋았는데, 변화구를 쳐서 타점을 올린 점을 어린 선수지만 칭찬하고 싶다. 이정후는 앞으로 더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선수다. 아빠보다 더 뛰어날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선 라운드를 치르면서 선수들은 이유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똑같은 사람이 던지는 공인데 못 칠 이유가 없다. 일본 투수들이 공이 좋은 건 맞지만 칠 만했다.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을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19일 결승전에도 각자 맡은 몫을 충분히 해 내며 초대 챔피언까지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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