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살짝 어색하게 들렸다. 대부분 야구 선수의 목표는 10단위로 끊어지게 마련이다. 10승 30홈런 3할 타율 등이 그것이다.

LG 맏형 박용택은 목표부터 달랐다. "올 시즌에 꼭 175안타를 치고 싶다"고 했다.

그가 5단위로 목표를 끊은 것은 그만큼 목표에 모자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175안타를 더하면 정확하게 통산 2,400안타를 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준혁의 2,318안타를 넘어서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언뜻 별 의미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통산 최다 안타는 사실상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박용택의 175안타 속엔 좀 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 가지 큰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서 175안타를 목표 삼은 것이다.

첫 번째는 팀 우승이다. 박용택은 아직 팀이 우승하는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승에 대한 갈증으로 치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선수가 바로 박용택이다.

175안타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박용택은 최근 2년 연속 175안타를 채우거나 넘어섰다. 2년 전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지난해는 실패했다.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구단이 115억 원을 들여 FA 김현수를 잡았다. 외국인 타자도 거포형 3루수인 가르시아 영입에 근접해 있다. 지난해보다 공격력이 훨씬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박용택은 "김현수가 들어오고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외국인 타자도 기대만큼 활약을 해 주면 타선에 한결 힘이 붙을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누구를 탓하거나 기대지 않고 내 목표에 집중하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도 강해지고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그에게 우승 다음으로 중요한 3,000안타로 가는 중요한 길목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2,400안타를 채우면 3,000안타 까지 600개가 남는다. 연간 150안타를 4년 동안 치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박용택은 2012년부터 해마다 150개 이상의 안타를 치고 있다. 6년 연속 기록은 그가 유일하게 갖고 있다. 앞으로도 기록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중요한 건 기회다. 올 시즌을 끝으로 박용택은 FA 계약이 마무리된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벌써 세 번째 FA다.

좋지 않은 건 시장 상황이다. 세 번째 FA, 그것도 대졸 선수에게 4년 계약은 쉽지 않은 미션이다.

게다가 그의 소속 팀인 LG는 매년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쳐 리빌딩을 하고 있다. 베테랑들에게 가장 매서운 팀이 바로 LG다. 그의 말처럼 불혹을 넘긴 타자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175안타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자신의 기량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긴 숫자다. 2017년 시즌과 같은 안타 개수는 그의 꾸준한 페이스에 내년 이후 활약까지 증명할 수 있는 발판이다.

박용택은 "계약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3,000안타는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좀 더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모든 것은 내가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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