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드블럼.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는 레이저로 투수와 타자의 폼을 분석하고 공의 회전축과 회전수, 로케이션, 타구 각도와 위치 등을 추적한다.

구종을 분석하는 데도 같은 방식을 쓴다. 회전축과 회전수 로케이션 등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트랙맨도 아주 가끔은 혼란을 겪기도 한다. 분명 A라고 측정된 구종이 사실은 B일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린드블럼의 스플리터다. 분명 회전수와 휘는 각도, 떨어지는 위치 등은 스플리터지만 이 공이 사실은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일어나는 현상과 겹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트랙맨은 린드블럼의 구종을 분석할 땐 항상 (00개의 공은 스플리터가 아닌 슬라이더일 수 있음)이라고 예외를 둔다.

위 그래픽은 린드블럼의 스플리터가 떨어지는 위치를 측정한 것이다. 보이는 것처럼 일반적인 스플리터의 떨어지는 각도와는 차이가 있다. KBO 리그의 평균 스플리터는 수직 변화량 9.0cm, 수평 변화량 24.9cm를 기록한다.

하지만 린드블럼의 스플리터는 각각 0.1cm와 6.6cm를 나타낸다. 스플리터보다는 슬라이더의 궤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프 상으로도 린드블럼의 스플리터는 일반적인 KBO 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슬라이더에 가깝다. 꾸준하게 이 궤적을 그린다는 것은 린드블럼이 의도한 스플리터 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구가 어려운 스플리터를 제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스플리터가 빨라질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 시즌 린드블럼의 스플리터 평균 구속은 131.4km였다.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는 이 구속이 131.8km로 조금 늘었다. 8이닝 1실점의 역투를 펼친 4차전에서는 133.7km까지 찍혔다. 보다 슬라이더처럼 보이는 구속일수록 스플리터가 잘 통했다는 걸 알 수 있다.

A팀 전력 분석원은 "린드블럼의 스플리터는 깜빡하면 슬라이더로 속을 수 있다. 구속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더 골라내기 어렵다. 타자는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는 회전하는 방향이 반대다. 전혀 다른 구종이다. 타자들은 감으로 슬라이더가 들어오는 궤적을 그려 놓고 타격을 한다. 하지만 다른 회전으로 비슷한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익숙하지 않은 공은 타자에게 공포감을 안겨 주게 마련이다.

때문에 린드블럼은 슬라이더보다 스플리터를 던졌을 때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슬라이더의 헛스윙률은 18.3%(리그 평균 13.2%)지만 스플리터는 24.4%나 된다. 리그 평균이 14.2%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특히 스플리터는 치라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스윙을 하라고 던지는 변화구다. 그런 관점에서 린드블럼의 스플리터는 매우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뒤엔 슬라이더에 가까운 궤적으로 들어오는 스플리터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자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회전수에 있다. 정규시즌서 린드블럼의 슬라이더 평균 회전수는 2451rpm이었다. 반면 스플리터는 957rpm이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863rpm까지 떨어졌다. 정 반대로 돌면서 회전 수에서까지 차이를 보이니 타자에겐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린드블럼은 이처럼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 남은 것은 가장 중요한 패스트볼 구위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보여 준다면 린드블럼은 두산이 기대하는 에이스 노릇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린드블럼의 지난해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3할8푼1리로 다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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