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 장종훈 수석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KBO 200안타 기록 보유자 서건창이 1999년생 박주홍에게 아웃됐다. 1사 1루 기회에서 넥센 3번 타자 김태완은 지난해까지 육성 선수였던 박상원에게 잡혔다.

지난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한화가 넥센에 4-1로 앞서 있던 8회 일어난 일이다. 권혁 박정진이 아니어도 왼손 타자를 잡았고, 송창식 장민재가 아니어도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감독 데뷔 첫 승 기쁨을 잠시 미뤘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도록 끊어 던지게 했다. 8회 박주홍과 박상원이 막아 준 대목이 기쁘다. 만족스럽다. 내가 기대했던 장면"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까지 한화는 육성에 실패했다는 평가에 시달렸다. 외부 FA에 의존하고 유망주들을 내주고 베테랑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하면서 팜이 얇아졌다. 1군엔 새 얼굴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신인들이 경험을 쌓아야 할 퓨처스리그는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한화는 지난해를 '중장기적 강팀이 되기 위한 우수 선수 육성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박종훈 신임 단장이 육성을 기조로 팀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하고 육성 선수로 있는 유망주들을 정식 선수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그해 육성 선수 딱지를 뗀 정경운 김태연 강승현 박상원 등은 기존 선수들이 빠진 기회를 틈타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은 더 적극적이다. 취임한 자리에서 "올 시즌은 성적을 뒤로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신인들을 주시한 한 감독은 투수 쪽에선 박주홍과 박상원, 야수 쪽에선 포수 지성준과 외야수 강상원을 발굴했다. 이들과 함께 이동훈 정경운 김범수 등이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지난해 그리고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새 얼굴들이 눈에 띄게 많고, 어려졌다.

투수 출신인 한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재영 등 젊은 투수들에게 "네 공을 던지면 올해는 확실히 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어린 선수들에겐 동기 부여가 된다. 이들은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한다. 박주홍과 박상원은 이 같은 투구 내용으로 한 감독의 눈에 들었다. 김재영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도망가는 투구를 했다"며 야단을 맞았다. 다음 등판이었던 시범경기에선 공격적인 투구로 칭찬을 받고 개막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기대주들이 착실하게 자라고 있다. 프로 첫 경기에서 홈런을 쳤던 김태연을 비롯해 장진혁 박준혁 김인환 등이 기량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투수 쪽에선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 김병현이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한 감독은 1군을 지휘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점검한다.

올 시즌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는 한화는 약체로 꼽힌다. 그러나 신인들의 눈에 띄는 활약에 한화 관계자들은 즐겁다. 한 한화 구단 관계자는 "한화의 미래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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