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중일 LG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중일 LG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모토로 삼는다.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어지간하면 계속 끌고 나간다.

류 감독의 스타일을 잘 엿볼 수 있는 일화가 한 가지 있다.

류 감독은 시즌 전 박용택에게 "쉬고 싶은 날이 있으면 직접 얘기해라. 아무 편견 없이 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선수들은 가끔씩 피하고 싶은 경기가 있게 마련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 성적이 나쁜 투수가 들어오는 날은 출전하지 않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결장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감독의 눈에 좋게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달랐다. 휴식일을 선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경기에 굳이 나가 봤자 팀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리라는 믿음도 깔려 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선수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고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 선수가 못 나가겠다고 하면 그 역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선수를 믿는 전략을 썼다. 박용택이 원치 않는 경기는 뛰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줬다. 전적으로 선택권은 박용택에게 있었다.

지난달 29일 사직 롯데전이 첫 사례였다. 박용택은 전날 3안타를 쳤지만 하루쯤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류 감독에게 휴식을 요청했다. 류 감독은 박용택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 줬다.

그리고 9회 대타로 나서 역전극의 발판이 된 2루타를 쳤다.

박용택은 "감독님의 '믿음의 야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휴식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선수 처지에선 매우 감사한 일이다. 내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많이 빼고 싶으셨을 텐데 그땐 모두 참아 주셨다.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실제로 박용택이 부진에 빠졌을 때 "박용택이 아니면 우리 팀에서 누가 3번을 치겠나"라며 굳은 믿음을 보인 바 있다. 그 믿음이 최근 박용택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박용택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8리다.

류 감독표 믿음의 야구는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최근 LG의 야구도 조금씩 바꿔 가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야구, 그것이 류중일표 믿음의 야구의 핵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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