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정근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근우(한화 이글스)는 36살이 된 올해 '처음'이란 수식어와 자주 맞이한다.

정근우는 프로 데뷔 19년째 베테랑 내야수다. 전성기 때는 국가 대표 2루수로 맹활약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그답지 않은 실책을 자주 저질렀다. 부진 끝에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사이 정은원, 강경학 등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빠르게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냉철했다. "앞으로 2루수는 강경학, 정은원"이라고 단언했다. 정근우를 전문 지명타자로 두기는 아까웠다. 한 감독은 가장 먼저 외야 수비 훈련을 지시했다. 발이 빠른 선수니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거로 믿었다. 그러나 외야는 낯선 곳이었다. 수비를 하는 정근우도, 지켜보는 이들도 어색했다. 

옵션 하나를 더했다. 이번에는 1루수다. 최근 송광민과 김태균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내야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한 감독은 "(정)근우가 도전 정신이 있다. 1루수도 물어보니 '하면 한다'고 하더라. 내야수 출신이라 그라운드 볼 처리가 더 편할 거다. 몸집이 작은 게 걱정됐는데, 다른 야수들이 괜찮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한화 이글스 정근우 ⓒ 곽혜미 기자
정근우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1루수로 나섰다. 한 감독이 경기 뒤 "정근우는 역시 정근우였다"고 칭찬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수비를 했다. 우익선상쪽으로 빠르게 오는 타구도 몸을 날려 잡으며 여러 차례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1루수 데뷔전을 마친 정근우는 "어릴 때 3루수를 본 적이 있어서 타구가 빠르게 오는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황하진 않았다. 경기 전에 선발 출전하는 야수들의 공을 다 받아봤다. 공이 어떻게 오는지 인지하고 들어가서 부담은 없었다. 다만 내가 키가 작아서 우리 내야수들이 던지기 힘들지 않을까 그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익숙한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건 누구나 힘든 일이다. 그래도 정근우는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지금까지 (2루수로) 열심히 해왔다. 후배들이 잘해서 자리를 차지한 거니까 감사한 일이다. 나는 팀에서 어느 포지션이든 경기에 나갈 수 있게 준비하려 한다. 감독님께서도 계속 기용해 주시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근우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처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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