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왼쪽)와 손아섭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김민경 기자] 믿었던 선수들이었기에 침묵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주장 김현수(30, LG 트윈스)와 손아섭(30, 롯데 자이언츠)이 타석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동열 한국 야구 대표 팀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클린업 트리오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소속 팀에서 4번 타자로 뛰고 있는 김현수와 박병호, 김재환을 일찍이 낙점했다. 세 선수가 올해 KBO 리그에서 몰아친 홈런만 86개로 무게감이 대단했다. 손아섭은 양의지, 황재균과 함께 중심 타선 뒤에서 화력을 지원하길 기대했다. 

대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김현수와 손아섭은 기대 이하의 타격을 펼쳤다. 김현수는 13타수 2안타 1타점, 손아섭은 13타수 무안타 3타점에 그쳤다. 주심의 넓은 스트라이크존과 아마추어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기에 이번 부진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 전까지 국제대회 38경기 타율 0.390 32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손아섭은 19경기 타율 0.360 8타점으로 활약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금방 극복할 듯 보였지만, 이제 만회 할 수 있는 경기는 슈퍼 라운드 1경기에 많게는 결승전까지 2경기가 남았다. 

박병호(32, 넥센 히어로즈)가 대회를 치르며 얻은 답이 두 선수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듯하다. 박병호는 조별 리그 1, 2차전까지는 다소 잠잠하다 홍콩과 3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감을 잡았다. 30일 일본과 슈퍼 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하며 5-1 승리를 이끌었다. 

박병호는 "사실 기존에 빠른 공을 쳐왔으면서 왜 느린 공을 못 칠까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어려운 점이 있다. 선수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은 이유다. 오늘(30일)은 그래도 다들 타이밍은 괜찮았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은 시속 140km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더러 나왔다.

넓은 스트라이크존은 신경 쓰이지만 핑계가 되진 않는다고 했다. 박병호는 "상황마다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를 거 같다. 김현수 같은 경우는 내가 봐도 볼인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 경우가 있었다.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런 판정이 나오면 힘이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수비할 때도 넓게 잡아주고 있어 핑계는 안 될 거 같다. 볼 카운트가 몰리면 알아서 치는 수밖에 없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부담감, 컨디션 난조, 스트라이크존 적응 문제, 밸런스 붕괴 등 타석에서 침묵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정규 시즌이라면 차분히 원인을 찾아 나가겠지만, 이번 대회는 이제 단 2경기가 남아 있다. 박병호의 말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비우고 볼 카운트에 맞춰 자기 타격을 하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단순한 생각이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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