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앞두고 이시이 아키오 일본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선동열 한국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고유라 기자] 한국과 일본의 '야구관'이 점점 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은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발표하는 세계 야구 랭킹에서는 일본이 2위, 한국이 3위지만 이번 대회 결과는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24명 엔트리 전원을 프로 선수들로 채웠다. 반면 일본은 24명을 전부 사회인 야구인으로 구성했고 막판에 1명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면서 빠져 23명이 됐다. 마운드 운영에서 한국이 훨씬 우위에 섰다. 사회인 야구라는 개념이 동호인 야구에 가까운 한국과 실업 야구를 뜻하는 일본이기에 약간 다르지만 프로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차는 역시나 컸다.

한국은 아마추어 야구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아마추어 출전을 완전히 배제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뽑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아시아 선수들이 겨루는 아마추어 스포츠 대회'라는 아시안게임의 대전제는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에는 홍성무가 동의대 소속으로 발탁됐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프로 만을 바라봤다. 이 과정에서 대학 야구 감독들이 대학 선수 배제를 항의하기도 했다.

이미 청룡기, 황금사자기, 화랑기 등 고등학교 야구가 인기를 잃은지 오래다. 대학을 졸업해야 좋은 조건으로 지명받던 예전과 달리, 많은 선수들이 이제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에 입단하다 보니 대학 야구 인기는 고등학교 야구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야구라 하면 이제 프로야구인 KBO 리그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야구가 인기 종목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면 일본은 철저히 아마추어와 프로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정식 국가대표와 완전히 다르게 구성했다. 감독도 다르고 전원 사회인 야구 선수로 엔트리를 짰다. 아시안게임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는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의 경험 축적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U18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위한 고등학교 선수들의 합숙 훈련이 진행되고 있어 아시안게임은 관심도가 떨어졌다.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 대항전인 고시엔 대회가 전통적으로 유명하다. 각 지역별 야구 저변이 잘 마련돼 있어 연고지 야구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다. 최근 여름 고시엔 대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 선수들이 합숙 훈련에 참가하면서 인기와 관심이 그대로 U18 선수권대회에 옮겨지고 있다. 오히려 프로야구 인기 하락은 일본야구기구(NPB)의 고민이다.이번 아시안게임 취재 차 자카르타를 방문한 한 일본 기자는 "일본은 프로야구가 재미가 없다.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O는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직장인 야구 대회를 지원하고 유소년 야구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국제 대회조차 프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혜택을 쏙쏙 가져간다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갈 곳은 더욱 없어진다. 야구 팬들에게 무조건 아마추어 야구를 사랑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를 동반 성장시킬 수 있을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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